2020.9.2 리추얼을 시작한 후 1년 뒤 달라진 관점(제주여행기1)
아이의 세돌을 맞아 늦은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떠났다. 첫 돌이 지나 함께 왔던 제주도와 지금의 제주도 풍광은 달라 보였다. 아이의 시선에 맞춘 공간 콘텐츠를 찾아봐야 했고, 2년 전과 달리 가보고 싶은 공간들이 늘어나서 일정을 조율해야 했다.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세 가족이 원하는 1순위가 제각각 달랐기에 그 1순위를 모두 포함한 일정으로 3박 4일을 짜야만 했던 것이다. 이번 여행의 큰 목적은 아이의 세 번째 생일이기에 그가 가고 싶은 아쿠아리움(아쿠아플라넷)은 꼭 가야만 하는 1순위였고, 나의 1순위는 카페와 전시들, 아이 아빠의 1순위는 점심 메뉴들로 흑돼지고기와 우럭찜 등이었다. 서로가 바라는 것은 제각각이었지만 오늘로 여행 이틀째, 서로의 충족 속에 맞춰진 일정으로 여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미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이 많았다.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떠난 가족여행, 고등학교 수학여행, 20대 때 생일맞이하여 엄마와 2번의 여행, 각각 다른 회사에 몸담았을 때 떠났던 출장 2번, 할머니의 여든여덟 생신을 맞아 떠난 가족여행, 이후 신혼 때 한 번을 비롯하여 결혼기념일 맞아 아이의 돌이 지난겨울에, 이번 여행까지(9.1~9.4).. 총 10번의 횟수를 채워 제주도를 방문했지만 여행과 출장마다 제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가보지 않은 곳들은 넘쳐났다.
여러 번 이곳을 방문하니 제주시, 서귀포시 등 큰 지명 말고 지도를 펴고 OO읍 등 지역명을 세밀하게 살펴보며 동선을 짜게 되었다. 성격상 하나를 끈질기게 붙잡고 하는 것보다 처음에 여러 차례 큰 그림을 그려보고 좋아하거나 관심 가는 부분의 디테일한 점을 파고드는데, 이른바 얇고 넓게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돌아본 업들을 살펴봐도 깊숙이 파고드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끄는 새로운 주제의 분야를 좋아했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른 것의 경계선. 일종의 회색빛이 가득한 곳일 수도 있는데, 그 빛 안에서 새로운 창작과 기획을 하는 일을 즐기기도 했다. 어찌 보면 홍보와 맞닿는 업을 하고 있는지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 성향은 일을 하거나 좋아하는 것에 맞닿아 있을 때도 영향을 주었다. 부지런히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직업적 글쓰기에 대한 공포증이 20대에 많았다. 30대에 이르니 그 공포증보다 글을 쓰고 싶은 갈증이 더 커져서 내 안의 나를 표현하는 수단은 글이 유일하다는 점을 깨닫고 어떤 주제이든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출산과 육아였다.
이 주제로 정보성 콘텐츠를 써보기보단 내가 이 경험들을 통해 느낀 점과 성찰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주제도 '육아일기가 아닌 나의 성장일기'라는 매거진 제목을 뽑았고, 이후 글들이 모여지자 브런치북 제목은 '내가 만든 철저한 타인'으로 정했다.
내 일상에 공존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의사가 명확해지고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타인'. 아이는 기존에 내 인생에 없었던 새로운 타인이었다. 그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타인은 내가 몰랐던 그만의 역사가 있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만든 타인이므로 철저히 그의 과거는 내 몸 안에 있었다.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그의 유년시절의 포트폴리오는 내가 그려내고 내가 만들어가는 대로 흘러갈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성별과 생김새 등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성격과 가치관 등 아이의 인생은 내가 재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냥 그 자체로 인정해주기.
정체성이 생기면 기꺼이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삶의 그림을 그려 나겠지만.
그가 스무 살, 성인이 되고 내가 '20년 차 엄마'가 되면 내가 더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브런치 북 < '내가 만든 철저한 타인'> 소개
이 글들을 쓰면서 꾸준히 글을 더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리추얼 습관이 생기며 1년간 브런치북 2권과 여러 주제의 글들을 브런치에 담을 수 있었다. 큰 결심을 하기 앞서 뭐든 ‘해봐야 했다’. 뜸드리지 말고 , 그냥 하면 될 것을 마음이 이리저리 나의 결심을 붙잡는다. 눈앞에 보이는 노트와 펜이면 충분한데 말이다. 며칠 전 친구에게 “아무도 네 일주일을,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아”라고 말한 나처럼, 내가 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걸 안다. 변화하는 세상에 변화하고 싶은 나를 찾고 싶다면, 내가 단단해져야 한다.
지난 1년과 오늘의 1년을 돌아보면 여전히 나의 일상은 뒤죽박죽이다. 일은 힘겹고 육아는 버겁다. 이 모든 것을 잘 해낼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매일 기도하는 것보다 어질러진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을 다 잡기 위해서 매일 리추얼을 시작한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10분이라도, 30분이라도, 1시간이라도 시간을 늘려서 하게 되면 할 수 있다.
연습량과 훈련량을 채우는 것은 시간에 비례한다. 시간과 양을 채우게 되면 질은 시간이 걸려도 차차 나아질 테다. 그만큼 공을 들이며 자신을 다독이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좋은 마음수련은 없는 것 같다. 그 아무리 명강사의 강연을 들어도 내 인생에 적용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잊고 똑같이 산다면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으니.
매일 10분의 리추얼이 주 1회 60분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던 것은 리추얼을 시작하기 1년 전 2020년 9월 2일과 1년 후의 오늘, 나의 삶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바라고 바라던 목표를 꿈의 노트에 적기 바빴다면 이제는 써본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인지한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기에는 내 인생의 수동적인 아닌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져서 말이다.
아직까지 내가 하지 못하거나 내가 잘 못하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노력을 해보는 것이다. 어찌 됐든 내 인생이니깐. 누가 뭐라도 나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은 나 자신이니..어느 책임을 물어보지 말고, 나 자신에게 내 인생의 변화를 가져오게끔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숙박할 여행이 엄두나지 않아서 휴가없이 여름을 보낼 뻔했다. 그럼에도 세가족에게는 중요한 기념일이 된 날을 스쳐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제주도 여행이 더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의례 '여행 가보자'라는 게 아니라 여행 가기 전에 많은 의미부여를 하고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여행보다 철저한 타임스케줄을 짜지 않았지만 이틀째 돌아본 여행 스케줄은 매우 빠듯했다. 우리 세 가족의 성장을 또렷하게 기념하고 기억할 수 있으며 서로의 충족을 맞춘 여행이라 그렇지 않았을까. 일상과 인생의 목표를 이루고 난제(難題)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힘은 매일 반복하여 해보겠다는 의지와 행동이 한몫할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리추얼의 힘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으며, 내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을 '할 수 있었다'라는 말을 자주 해보도록 성취감이 있는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
지난 8월에 이어 9월에도 세바시, 밑미와 함께
<워킹패런츠> 리추얼 치어리더로 나섭니다.
함께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보아요!
안녕하세요. 소네입니다. 2020년 9월 2일을 잊지 못합니다. 아이의 두 돌을 맞이한 날이지만, 제 인생에서 2막을 연 날이었거든요. 리추얼을 알고 실행한 날이었지요.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으며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굳어져서 밑미에서 글쓰기 리추얼을 집중적으로 찾아 출근 전 습관을 들였습니다. (중략)
리추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제 시간을 갖고 싶은 '일하는 엄마'와 '일하는 아빠' 등 워킹패런츠분들께 도움 되는 좋은 습관을 함께 찾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