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서 영감얻기4(#하루한편채우기 리추얼을 하며)
"오늘 점심 먹고 차마시며 예쁜 풍경들을 모아봤다.. 주말에는 #차마시며책읽기 #모닝리추얼_vert 공식적으로 하지 않지만.. 원래 혼자만의 즐기는 시간에 책과 함께라서.. 아이의 낮잠시간에 미뤄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펴보았다. 시간에 쫓겨 깊이 늘 속독하는지라.. 오늘만은 천천히 한 단어, 한 문장을 곱씹으며 읽었다.
평소 인터뷰어 직업을 동경하고, 인터뷰 책을 좋아하고.. 저자의 이름이 내 이름과 같아 더 끌렸던.. 인친들이 많이 인증한 책이라 추석 연휴에 보려고 샀었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그때 가지지 못해서 뒤늦게 꺼내본 책이다. 인터뷰 책이라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대화에 내가 잠시 그 공간과 시간에 끼어든 마냥...
처음 파리에서 1년간 묶을 때.. 신혼여행으로 다시 파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오르세 미술관이었다. 올해 오르세 미술관과 ‘아티스트스 인스타그램스’ 작업을 선보이는 장필립 델름과의 인터뷰 챕터만 1시간 정도 정독했다. 프랑스 작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마주하면 내가 불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전공으로 선택한 것에 감사하게 느껴진다.. 어떤 뉘앙스로 그가 얘기할지 어떤 바디랭귀지와 표정을 지을지 조금이라도 공감하며 상상할 수 있기에..
신기하게도 그도 리추얼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내가 머무는 거의 모든 곳에 뭔가를 그려요. 뭐라도 매일매일 그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p.518)
•나는 내 삶에 영향을 준 예술가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진화하는 나 자신을 기록하는 데 흥미를 느끼고 있거든요(p.514)
•지금 무슨 일을 하든, 당신이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 곧 가장 동시대적 일일 겁니다. (p.517)
_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인터뷰집) 중 발췌, 윤혜정 지음
<2020년 10월 17일 @raison_sone 일기 발췌>
8월 마지막 날, 이제껏 사무실에 나온 시간 중 가장 늦게까지 야근했다. 다른 달보다 유독 야근이 잦았고, 업무의 밀도가 높았고 자리 이동이 있었던 8월. 8월의 어느 금요일도 10시까지 사무실에 있었던 하루가 한 번 있었는데, 홀로 빈 사무실에서 멍하니 내 자리를 살펴보다 혼자만의 기억할 브이로그를 찍기도 했었다. 그 다음날 다른 자리로 이동을 했기에(예상치 못한) 그 기록이 나름 내게는 중요한 추억이 되었다.
내 시간의 기록을 체화하면서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하루 중에 나를 다독거리며 나를 돌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자문을 하게됐다. 내 타임스케줄을 훑어보니 '기상시간부터 출근 전 아침시간과 잠시나마 짧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점심시간, 퇴근 후 아이와 지내며 잠자리에 든 이후의 시간이었다. 아이를 낳고 난 후의 저녁시간은 다른 시간대보다 굉장히 피로도가 높은 시간대였다. 8시간 가량 회사일을 하고 퇴근 후 아이를 하원해서 또 다시 집안일(저녁, 설거지, 세탁, 청소 등)과 육아일(목욕, 밤잠 재우기 등)을 이어서 해야하니 말이다.
어제도 자기 전에 1편의 글을 쓰고 잠이 들기로 내 자신에게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끄적이고 있으니 말이다. 8월의 경우 4일(8월 6일, 13일, 21일, 31일) 빼놓고 매일 '하루 한편 채우기'를 채웠으나 그 글을 쓰는 시간대는 잠에 잠들기 전 시간이 많았다. 밤 11시, 자정쯤. 그러다 보니 취침 자리가 늦어지고 나와 함꼐자는 슬립메이트인 아이는 간혹 내 옆에서 내가 자는 시간까지 기다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다음날 기상시간도 영향을 주었다. 밤 10시 30분에 잠들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과 자정 넘어 잠들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은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의 몸이라는 게 고단한 타임스케줄을 이어가도 매일 같은 시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행위가 있으면 편애한다. 내가 생각하기 전에 나의 뇌가 그 행동을 인지하여 몸이 먼저 움직인다. 신기하게도. 1년간 리추얼을 하며 터득한 방법이기도 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이어리에 목표를 적어두지 말고, 매일 간단하게 실행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목표를 세우기만 하면, 내 것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말로 떠들어도 소용없다. 그냥 그 목표는 내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내고 싶다면,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 글 1편이라도 장문의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자신에게 묻는 질문에서 답을 내려서 8월부터 매일 한편씩 어떤 내용이든 어떤 주제이든 개의치 않고 글을 써보기로 했다.
미리 생각해놓은 글감이 있거나, 혹은 당일 나의 시선과 머릿속을 맴돌게 만드는 생활 속 글감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은 어려웠고 힘이 많이 들어가는 글을 썼지만, 한 달이 지난 오늘이 되어보니 그런 부담감과 긴장감은 글을 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안다. 그냥 즐기는 것. 이 과정을 즐기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 나만의 이야기를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첫 번째 독자가 나라는 점을 인지하면, 매일 글을 쓰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어느 매체를 통해 접한 아침 매거진의 윤진 편집장의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잡지 코너를 정할 때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카테고리로 구상했다고 한다. 즉,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하다 보면, 그곳에서 힌트를 얻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는 말이다. 결국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 안다. 그 어느 누구도 각자의 삶에서 지휘할 수 없다. 자신의 삶의 지휘자가 되어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악기들을 꺼내 세상을 마주하며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 행복한데 그 상상이 일상에서 매일 주어진다면.. 나 자신에게도 그런 기회를 매일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지난해 읽었던 책에서 장필름 델롬의 말처럼.. 내 자신을 진화시킬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이고 나를 꾸준히 기록할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임을 다시 깨달으며. 오늘 한 발 더 앞서 세상에 나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