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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Jan 06. 2022

지금은 살아 있고 그게 매우 운 좋은 일이다

2021년 신간 중 좋았던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후기 1



안녕하세요. 인사가 많이 늦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책을 발제하기로 했었는데, 해를 넘어가서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우선 늦어진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드립니다. 두 달에 걸쳐 제 가방에 이 책이 동행할 만큼 가장 오래 지녔던 책인데,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시기인 거 같습니다.


11월 말 다시 책을 펴보고 바로 발제를 올리고 싶었는데 기존에 올려주신 분들이 너무나 잘 써주셔서 잘하고 싶은 마음, 부담감에 늦어진 점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덧붙여 12월에는 출근일이 10일도 채우지 못한 만큼.. 이틀 병가나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가족을 돌보는 상황이 지속되어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달이었습니다. 이어 한 해 마지막 날 이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여러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전에 미리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다시 한번 사죄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책을 모임에 추천하고 난 뒤, 제가 생각했던 책의 방향과 다르게 잔잔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관점으로 글쓴이가 글을 쓰고 있어.. 각 파트별로 책을 해부하기보단, 제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덧붙여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은 앞서 소개드렸던 텍스처 앱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여러분의 각각의 기억에 남는 구절은 어떤 구절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할 때는 지난해 7월경이었습니다.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더더욱 읽고 싶었고, 하반기에 책을 접하고 주변 분들에게 많이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으로 제가 키우는 아이에게 바라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일상 속에서 흘러가도록.. 내 일상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 자체가 우리의 삶 그 자세인데.. ‘육아’라는 단어를 꼭 굳이 쓸 필요가 있었을까. 예전의 그 마음처럼 ‘내 일상에 초대하는 손님’이기도 한 그를.. 어느 순간 ‘내 일상을 관찰하는 2인칭 자아’가 되어 더 가까워진 우리의 관계를.. 굳이 ‘육아’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나의 어깨에 짐을,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자책하지 않고 나를 인정하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되 너무나 잘하려고 하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어 책에서 언급한 종교... 이 종교라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 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종교를 가진  저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레 종교생활을 할 겨를이 없어졌습니다. 아이 자체가 내게 큰 신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행동과 말. 그로 인해 나의 행동과 말.. 변화... 제 일상에서 가장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종교이자, 신인 것처럼.. 아이는 지난 저의 3년의 시간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신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책의 문구처럼 "조건 없이 사랑해야 하고 내 희생과 몸을 바칠 수밖에 없는 힘 있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지난 12월에는 보다 가정과 아이에게 집중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저만의 <오늘의 단어집>을 정리하고 있었는데요. 연말이다 보니 '추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연말이 되면 우리는 돌아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회고'를 하지만, 한 번쯤은 올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시간을 거슬려 생각하는 회고의 시간처럼... 올해 세상을 뜬 분들을 위한 추념, 애도의 시간. 추념이라는 단어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한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데, 최근의 일이 아닌 오래 전의 일을 생각할 때 쓴다고 하더라고요. 매년마다 국경일, 기념일이 있잖아요. 그 시간에 다시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  또 한 번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책에서도 아버지(천문학자 칼 세이건)를 일찍 잃은 딸 샤샤 세이건의 담담한 시선은 자신이 낳은 딸에게 연결되어.. 생명, 죽음, 사랑, 종교에 대해 언급하죠. 그녀는 사랑을 일종의 종교라고 바라보며, '믿고,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고, 당연히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종교처럼 여긴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샤샤 세이건의 많은 문장 중에서 "만약 삶이 영원히 이어진다면 삶이 더는 소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언젠가는 틀림없이 죽을 테지만 지금은 살아 있고 그게 매우 운 좋은 일임을 되새겼다.... 게다가 삶이 유한임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게 아니라,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낄 수가 있었다. 이게 나에게는 어른이 되었다는 징표 같았다." 이 문장이 책의 전체를 아울리는 말인 거 같습니다.


가까운 이들을 떠나보낸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남아있는 게 모두 없어지더라도.. 우리의 마음에 남은 '함께한 시간'을 회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새해에 더 많은 분들과 시간을 쌓는 기억들을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회사 내 독서모임에서 추천한 책 발제내용 중

<출근전읽기쓰기> 뉴스레터 1호 일부 발췌

https://page.stibee.com/archives/151562


#모닝리추얼 <출근전읽기쓰기> 통해 어려번 접한


텍스처앱을 통해 책표지 색깔에 맞춘 이미지를 골라 마음에 와닿는 문장 저장.
지난해 10월부터 즐겨쓰는 어플 <텍스처앱>
2020-2021년 신간 중 가장 좋은 책들을 골랐다(파란색은 가장 좋은 2021신간 3권, 그 다음으로 3권, 노란색은 2020년 거장 좋았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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