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로 잊힌 2주, 돌아온 크리스마스
10일 만의 출근이었다.
어색할 줄 알았던 출근길과 사무실은,
몸이 기억을 하고 있어 마음과 달리 평안했다.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때가 많다. (특히 산책하고.. 운동할 때.. 글쓰기 또한.. 번잡한 생각을 접게 해주는 최적의 도구)
하루 중 짧은 출근길이라도 그 시간이 내 일상에 긴 여운을 주는 ‘의식의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출근하지 않는 날과 출근한 날의 차이점을.. 내 마음가짐을 제대로 투영해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지난 주말 여섯 번째 맞은 가족 기념일에 모처럼 호텔 뷔페도 취소하고 조용히 지나간 것처럼, 민채(@minchaesee)님의 편지에 그려진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니었다면. 2주간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줄도 모르게 아이랑 꼭 붙어있는 시간으로.. 추운 날을 대비하여 나의 키컬러 색상에 맞춰 @eternal_uuu 에서 구입한 장갑과 니트 모자를 장만했지만, 함께 외출하지 못했다.. 우리가 나란히 외출할 수 있는 12월 23일 정오로 미루어두었다. 꼬마의 자가격리 해제날.. (어린이집의 밀접접촉자로)
매년 겨울마다 블랙 비니로 멋을 부린 아이에게.. 올해는 도통 마음이 드는 비니가 없었다. 같은 블랙이라도 디자인이..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겨울 초입에 급히 아동 브랜드에서 파는 벙거지 모자를 사줬다. 목에 달린 끈이 싫은지 모자 쓸 때마다 불편한 표정을 지었던 그는.. 나의 비니를 씌워주니 해맑게 웃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매우 만족했다.
색감이 예뻐 구입한 비니가 내게는 어울리지 않아.. 잠시 고민했었는데, 제 짝을 찾았던 것! 어디에서 만날 수 없는, 둘만의 찐 커플템이 생긴처럼 어제 우리의 동네 방앗간 파리바게트에 들려 막대사탕과 라테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짧은 외출을 하며 기분을 냈다…
그리 다시 일상에 돌아가 우리는 출근을 했고, 등원을 했다. 별일 아닌 일상이라도, 별일 많은 시간이었다. 추운 날 외출할 때 쓰는 모자와 장갑이 우리 일상에 왜 중요한 아이템인 건지.. 크리스마스가 어떤 날인지.. 연말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만드는 #연말 질문카드(@nicetomeetme.kr)의 의미.. 산타할아버지에 #헬로카봇(@baskinrobbinskorea)을 선물 받고 싶다고 했던 아이에게 몇 주전 예약했던 헬로카봇 아이스크림을 선물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오늘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김정운 박사님의 강의였다. 사전에 일정이 잡혔던 사내 교육(실시간 강의)이었다. 만약 이날 출근하지 못했다면 스쳐 지나쳤을 것이다.
내게 꼭 맞는 유머 코드를 선사했던 그의 책들은.. 나의 시간을 회고하고 싶을 때, 유쾌한 유머가 필요할 때.. 때맞춰 선물처럼 짠! 나타났다. 몇 해 전 내가 사는 지역 근처로 강연을 오셔서 일부러 찾아가서 들었는데.. 부푼 배를 안고 웃음을 참아가며 들었던 그 시간이 다시 떠올랐다. 그의 강연을 태교 강연처럼 들었던 사람은 과연 누가 있었을까.
그가 여수에 집을 만들었지만 2020년 태풍으로. 아끼던 책들이 물에 잠겨 눈물을 삼키며 버리게 되는 그 상황에서 이어령 선생님이 그리 말씀하셨다고 한다. 잘 되었다고. 당신만의 이야기가 생긴 거라고.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그만큼의 경험치가 없는 사람은… 인생에서 여러 경험과 실패든… 남과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이 깊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도. 강연을 듣는 순간,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를 더 많이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그 자체가 재밌는 일이 될 수 있으니깐.
매년 연말에 회고하는 행위를 즐기기보단, 연초에 이룰 수 없는 계획을 세우기를 더 좋아하는데. 새해에는 번복하지만, 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지내고 싶다. 지루함과 불안감을 이기려면 재밌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의미부여를 수 있는 날들로 물들길… #메리크리스마스 #봉노엘 #bonno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