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 Mar 27. 2022

겨울잠에서 깨어나셨나요

2.22 특별호. 출근전읽기쓰기 


생각이 많아질수록 

시간과 생각의 관점을 달리 바꾸는 게 힘이 될 때가 있어요.


매일 출근했던 길을 우연히 퇴근길에 스치며 기록에 남겼던 지난 2월의 하루가 생각나요.(상단 사진) 출근길에 늘 보았던 풍광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퇴근길인데, 해가 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니.. 늘 이 광경의 앞모습만 바라봤지 뒷모습은 보지 않았던 거 같아요.


사람의 모습도 그렇잖아요. 그 사람을 알아가고 어떤 사람인지 느낄 때가 뒷모습이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행동과 몸짓 등.. 걷는 발걸음에서 그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죠. 다시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도 그 뒷모습을 살펴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었습니다.


3월 새 시작을 앞두며


매서운 날씨로 인해 온몸이 꽁꽁 얼었던 지난해 겨울 2021년 12월 16일 [#출근전읽기쓰기]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10일 4호까지.. 총 6건의 뉴스레터를 발행했어요. (0호,0호 발행후기 포함)  


뉴스레터의 첫 메인 이미지는 매일 출근길에 지나치는 호수공원의 모습입니다. 레터를 발행한 시기가 두 달이 되다보니 겨울의 호수공원만 담았지요. 같은 겨울 날씨라도, 같은 시간대라도 제각각 달랐습니다.

어떤 날은 미세먼지로 하늘이 흐렸고, 눈이 많이 내린 다음 날에 찍은 호수공원은 그냥 보아도 겨울 그 자체였지요. 매일이 같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기록이 없었다면 이 작은 일상과 풍경도 그냥 지나치는 시선이라 생각해요.

같은 공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들로 인해 저만의 이야기를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출근 사진을 기록해보길 권하는 제게 친구는 그러더라고요. 바쁜 출근시간에 사진을 어떻게 남길 수 있을지..의문을 품으면서 말이죠.

5년 뒤, 10년 뒤 재택업무나 홈오피스가 보편화되거나 일하는 환경이 바뀌면..우리의 일상에서 집과 오고 가는 출근장소와 출근시간은 없어질 수도 있지 않을지.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지금의 순간을 기록하는데 제 역할이 아닐지 싶었어요. 언젠가 저의 아이가 20년 전 엄마의 출근길을 궁금해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돌아보니 24시간의 시간 중 가장 긴장된 시간이지만, 제 일상의 소중한 시간들이기도 했어요. 돌아오는 금요일이면 공식적인 마지막 출근길이 됩니다. 5년의 시간, 1,825일을 채우며 저의 발자국을 돌아보니 아득해요. 지금 사는 도시에 정을 붙이게 된 것도 일터였기 때문이었죠.


지금 사는 도시에 이주하여 신혼생활을 지내며 시작한 곳이라, 사계절을 5번을 보냈던 시간은 제 인생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어요. 이 도시 안에서 주거지가 4번이나 바뀌어서 출근길은 조금씩 달랐네요. 회사 셔틀버스를 탄 적도 있었고, 홀몸에서 아이를 가진 몸으로.. 뚜벅이족으로 버스를 옮겨 타기도 하고. 출산휴가 후 아이와 자차로 이동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그냥 흘러 보내기가 아쉬워서 말이 길어졌네요. 어찌 보면 뉴스레터를 통해 그 시간들을 기억할 수 있었고 꾸준히 기록했던 거 같습니다. 1,825일 중 불과 60일의 시간을 레터에 담았지만, 제 삶에서 앞으로 이 레터와 함께 할 시간은 보다 더 깊고 많아질 거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 2월 22일 화요일을 빌어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선언합니다. 일에 대한 관점과 태도에 대해 꾸준히 기록을 남기겠다고 말이죠. 다시 출근길에 오른 시간이 돌아올 거라 바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신발끈을 제대로 묶고 다시 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 날을 기념하여 님을 위해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2월 27일, 일터에서의 저만의 졸업식에 작게나마 초대드리고 싶습니다. 더 이상 두터운 겨울옷을 꺼내 입기에는 햇살이 따가운, 곧 봄이 다가오는 소리에 맞춰 지난 5건의 레터를 보내며 여러분이 생각하신 [#출근전읽기쓰기] 뉴스레터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뉴스레터에게 새로운 봄햇살을 맞을 3월이 다가오기 전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저 또한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 좋은 콘텐츠로 보답할게요. 


'누군가의 이름이 되어'


지난 2주를 돌아보니 평소와 다르게 너무나 바쁜 날이었어요. 그간의 업무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매뉴얼을 만들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했어야 했고, 자리에 쌓인 여러 책들과 서랍함도 정리를 했어야 했지요. 남은 휴가일을 세고 난 뒤 더 늦기 전에 부스터샷도 맞아야겠다고 마음먹고 2월 17일 목요일 3차 예방접종을 했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주사를 맞은 부위에 통증이 심했고, 한쪽 팔 자체가 내 팔이 아닌 느낌마저 들었어요. 


며칠 깊은 잠으로 불안한 마음을 더해 휴식을 취하다 보니 2월 20일 일요일이 되었습니다. 두통과 통증이 가미한 시간들은 너무나 빨리 흘러가더라고요. 다른 달보다 짧은 2월의 날들이 제게는 너무나 소중했어요. 1년의 한 개의 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월은 제게 남은 겨울잠을 잘 수 있었던 시기였네요.


아이돌 노래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가끔 챙겨보는 MBC <방과후설렘>이라는 여자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눈길을 쏠린 건 연습생임에도 너무나 완성도 높은 무대 실력을 보여준 출연진들 때문이었어요.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도,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응원해주는 길이 아닌가 싶었고요. 


많은 곡중에서 제 마음에 콱 와닿은 곡이 트와이스의 <Feel Special>곡이었어요. 가사가 저를 위로하는 곡이기도 했습니다. 퇴사를 앞두면서 제 자리를 정리하고, 저라는 사람에 대한 인지가 옅어지면서, 또 다른 세상에 나를 소개하고 인지시켜야하는 부담과 책임감이 있습니다. 결국엔 제가 극복해야할 문제겠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의 격려가 그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는 점도요. 김춘수 시인의 <꽃> 시처럼 말이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고
고갠 떨궈지는 날
그럴 때마다 내게
얼마나 내가 소중한지
말해주는 너의 그 한마디에

(중략)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다가도
사라져도 모를 사람 같다가도
날 부르는 네 목소리에

- 트와이스 <Feel Special> -

https://www.youtube.com/watch?v=2zZxNpzqcAc

특별호. 메인사진 ©2022.2.11. 소네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이 있었던 1월 회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