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을 좋아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내 의지로 자동차를 제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좋아한다. 적당한 바람이 손을 감싸고 가느다란 햇빛이 들어오면 나는 쉽게 행복해져 버린다. 그저 길을 따라서 가는 것이 좋아서 목적지에 가기 위한 것이 아닌 빨리 가기 위한 차선 변경이나 추월도 잘하지 않는다. 앞 차를 따라 도로 흐름에 나를 맞추면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드라이브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몇 시까지 어디에 가야 해서 서두르는 운전은 물론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로 어디에 갈 때는 늘 여유롭게 나오는 편이다.
단거리에는 음악을, 장거리의 운전에는 오디오북과 함께한다. 정갈한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은 평소와는 다른 색다른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최근에 들은 오디오북은 황선우 작가가 읽어주는 'H마트에서 울다'였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서 책의 내용도 그의 분위기와 함께 기억된다.
동이 트고 난 직후의 운전이 가장 즐겁다. 특유의 햇빛의 색깔과 냄새는 매력적이다. 밤의 고요함도 좋지만 심야의 도로에는 무법자들이 많다. 이렇게 차가 많거나 복잡한 곳의 운전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가 내 운전 실력은 쉬이 늘지 않는다. 사실 운전 실력이라는 것이 원하는 데로 빠르게 갈 수 있는 능력이라면 꼭 가져야 할 것만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면적 대비 차가 많은 한국의 서울과 경기도에는 그래서 참을성 없는 운전자와 경적 소리가 넘쳐난다. 늘 차량 간격을 멀리 하는 나지만 급하게 끼어들거나 도를 넘은 운전에는 나도 가끔은 경적을 누르면서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좁은 땅에 많은 차들이 다니려면 어쩔 수 없다. 출퇴근을 자차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닌 것이 참 다행일 뿐이다. 수많은 차들이 다니는 출퇴근길을 이겨내기에는 내 정신력이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가끔 가는 적당한 거리의 출장이나 외근은 즐겁기도 하다. 평일의 한낮의 도로는 주말의 낮과는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니까.
내일은 가벼운 거리의 외근이 있어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 아직 우리 동네 퇴근길의 무서움을 거의 겪지 못한 나에게 금요일의 출퇴근 길은 조금 무섭지만 제법 경쾌한 출근길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