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숲 속에 있는 리조트에 다녀왔다. 낮에는 푸르른 숲을 배경으로 책을 읽고 밤에는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연히 발견한 '어쩌다 마주친,그대'라는 드라마가 타임 슬립물이라는 주제에 끌려서 1화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아니 이게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는 거다. 결국 첫날 5회 정도를 뿌시고 말았다.
주말 뉴스 앵커인 남자 주인공 해준은 우연히 오래된 자동차에 장착된 타임머신을 발견하고호기심이 일어 15년 정도의 미래로 가본다. 그러나 그 시기엔 이미 본인은 세상에 없다. 충격에 휩싸인 그는 몇 번의 도착 년도 수정을 거쳐 본인이 1년 후에 1987년에 우정리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범의 손에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복역 중인 우정리 연쇄살인범의 범인으로 30년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진범이 아니며 동시에 본인을 죽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현재에서 계속 과거의 사건 파일을 조사하면서 1987년을 계속 왔다 갔다 거리며 진범을 찾으려 노력한다. 본인을 죽인 사람을 찾고, 본인의 삶도 찾으려 한다.
한편 여자 주인공 윤영이 엄마와 모진 말을 하고 싸운 날, 엄마가 우정리 강바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윤영은 엄마에게 못 해준 것만 생각나 과거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 한다. 엄마가 돌아가셔도 술에 취해 연락도 받지 않는 아버지와 엄마가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엄마가 제발 나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고 본인의 삶을 살게 해달라고 빈다. 그 소원을 하늘이 알았는지 윤영은 해준의 타임머신과 교통사고가 나면서 (타임머신의 외형은 각 그랜저) 1987년으로 강제 타임 슬립되고, 해준과 윤영은 타임머신이 고장 나 그 시대에 갇히게 된다.
윤영을 1987년으로 돌아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엄마 순애와 재회(?)하지만 당연히 엄마는 윤영을 알아보지 못한다. 윤영은 순애와 아버지 희섭을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동분서주하다가 해준에게 들키고, 미래에서 온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을 해 집어 놓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지 아느냐며 지적한다.
불량친구들을 따라 클럽에 억지로 끌려간 엄마와의 첫만남
윤영 : 엄마 ㅠㅠ
순애 : 본드,, 하신 건 아니죠?
하지만 결국 서로의 목적을 알게 된 해준과 윤영은 우정리 연쇄살인의 범인을 찾기 위해 의기 투합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1987년 우정리에 집과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는 확실한 신분을 마련해 둔 해준의 먼 친척이라는 가짜 설정으로 윤영도 몇 년 꿇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살게 된다.(도대체 신분을 어떻게 샀는지 모르겠지만 극적 허용으로 넘어가자)
처음에는 진범을 찾는 것이 목표였던 해준과 윤영은 점점 본인들과 어울리던, 또는 본인 가족인 마을 주변 사람들이 피해자로 엮이는 것을 보고 피해자의 마음에 감정이입하고 그들을 구하려 한다. 해준이 수집한 사실에 입각한 수사 자료와는 별개로 윤영은 엄청난 것을 발견하는데,,
윤영이 담당하고 있는 작가 고미숙은 순애와 고등학교 같은 반 동급생이었고 고미숙의 데뷔작 소설은 엄마 순애의 습작이 원본이었다. 게다가 출간을 앞두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고미숙의 미발표 새 소설은 1987년 우정리 연쇄 살인의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지, 고미숙, 윤영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순애의 친구, 고미숙의 친오빠 등 용의자 각각 그들의 목적은 무엇인지 좇는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과거로 돌아간 윤영은 아버지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되고 몰랐던 이모와 외할머니의 존재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게다가 얼굴도 모르는 해준의 친엄마 찾기와 해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젊을 적 모습 찾기는 깨알 재미.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사이사이 윤영과 엄마 순애의 대화는 귀엽기 짝이 없다.전교 1등한 순애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기특하다는 윤영의 모습이 킬링 포인트.
희섭이가 자꾸 생각나,,
순애: 엄마는 맨날 나보고 방치우라고 그러셔. 나는 나중에 내 딸한테 절대로 안 그럴 거야!
윤영: ^^;
나보다 어린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는 윤영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그들 모두의 행복을 빌고 싶어 진다. 이틀간 10회를 보면서 달렸는데 남은 6화가 매주 기다려진다. 혹시 소설이 원작이 아닐까 찾아봤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책으로 내도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밤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