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을 찾는 방법
내가 일에 열중할 때 자주 하는 버릇이 있다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비비적거리는 일이다. 매끈한 입술이 미끄러지듯이 스쳐 지나갈 때면 기분이 좋고 일이 잘 된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양손을 맞잡아 보았을 때 손이 거칠면 준비가 부족한 기분이 들어서 적당한 습도로 손을 관리한다.
그래서 늘 구비하는 것이 바로 립밤과 핸드크림이다. 가장 집중을 많이 하는 곳인 집과 회사, 차 안에 준비해둔다. 집은 공간이 넓으니 핸드크림의 용량이 큰 것으로 준비해둔다. 외근과 출장이 잦은 직업인지라 운전석 도어에는 립밤이 놓여 있고, 센터 콘솔에는 펌핑형 핸드크림이 놓여 있다. 튜브형 뚜껑을 운전 중에는 돌려 열기가 힘들어서 마련한 제품이다. 소용에 닿는 곳에 립밤과 핸드크림이 없으면 불안한 것이 무슨 립밤 중독증이 따로 없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입술을 몇 번 맞댔는지 모르겠다.
외출 시 가장 힘든 일은 립밤을 두고 왔는데 건조한 입술을 맞대다가 나도 모르게 입술에 침을 발랐을 때다. 처음에 침을 발랐을 때는 순간적으로 촉촉한 기분이 들다가도, 수분이 금방 날아가고 원래 입술에 있던 수분까지 함께 날아가서 더 건조해진다. 이 것을 몇 번 반복하게 되면 이제 걷잡을 수 없이 건조해진다. 그럴 때면 립밤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핸드크림은 주변 지인에게 빌려 쓸 수 있지만 입술에 바로 닿는 립밤은 나만의 개인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립밤을 고르는 데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디자인, 향기, 지속력, 촉촉함의 정도이다. 위생적이며 관리가 가장 쉬운 타입은 딱풀처럼 돌려서 바르는 방식이다. 향기는 좋으면 좋겠지만 가능하면 없는 것이 자주 덧바르기에 좋다. 너무 금방 마르면 자주 발라줘야 돼서 안 되고, 또 너무 촉촉해서 입술이 번들거리는 것도 싫어서 온갖 립밤을 다 써본 후 가장 취향에 맞는 제품에 정착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핸드크림의 경우에는 보통 튜브 타입이 많지만 용도에 따라 패키지를 고르고, 비누향이 가장 상쾌해서 좋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바로 촉촉함의 정도이다. 너무 묽어서 손에 오래 남으면 답답하고, 너무 촉촉해서 기름진 것도 불편해서 적당한 농도의 지속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운전할 때나 일할 때는 편하게 있는 집과 다르게 농도가 다른 제품을 쓴다.
말을 많이 하고 손을 많이 써서일까? 입술과 손은 신체 중에 늘 쾌적하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손이 미끄러운 게 싫어서 핸드크림도 쓰지 않았고, 입술이 번들거리는 것이 싫어서 립밤도 거의 쓰지 않았는데 사람의 성향이란 역시 변하기 마련이다. 나의 생각을 언어로 바꾸어 타인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입술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나의 일을 물건으로 만들어서 표현하기 위해서는 손이 큰 역할을 한다. 가장 혹사당하고 있는 입술과 손에게 오늘도 잘해주어야겠다.
월요일, 글밥 작가님은 '쌀떡볶이'와 '밀떡볶이'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