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꽃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획회의>를 읽고 있습니다

by 브라운박사



요즘 나의 서식처는 정독도서관이다.

인문사회 열람실이 있는 곳으로 가다 보면 우측에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을 모아놓은 서가가 있다. 무척이나 세련되게 단장이 되어 있는데, 나는 들어가자마자, '그분'이 있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름하여, '한강'. 작년 노벨상 수상자는 이름도 어려워 기억도 잘 안나지만, 내 관심사는 오직 하나, 대한민국 최초,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 코너였다. 한강 작가의 자리는 벽장에 꽃힌 한권이 아니라 별도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뿌듯함을 가슴에 품고서.


소설, 시, 에세이까지 문학의 돌풍이 거세다. 사실 문학은 출판의 정통 강호였다. 그러다 몇해 전부터 그 자리를 슬슬 재테크와 수험서에 내주고 말았다. 어느 해는 베스트셀러 1~20위 정도에 문학책이 거의 없던 순간도 있었다. 문학의 부활이 그럼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바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다. 당시 면접을 인턴 사원 면접을 진행했는데, 앳된 20대의 문학도였던 그녀는 매우 희망에 차 있었다. 무엇이 그리 희망적이냐 물으니 '한강' 작가를 이야기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한강'이란 이름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문학의 본령과, 힘을 아주 강렬하게 재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회의> 648호는 바로 이 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조명한다.


문학동네 정민호 국장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판매부수가 늘어나고 - 이상문학상은 불과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존폐의 위기가 있었는데- 유명세가 덜한 젊은 작가들을 보러 도서전 부스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소설뿐만 아니라 시의 판매 부수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문학 외현이 넓어지니 타업종의 대형 기업들도 협업을 제안해온다느 소식도 반갑다.


당연히 K출판에 대한 위상 역시 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십수년전이 떠오른다. 세계 최대의 국제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가면 이유도 없이 기가 죽곤 했다. 외서 판권에서나 보던 어마어마한 글로벌 출판사들의 부스 사이로 커다란 캐리어를 돌돌 끌고 다니는 사람들은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들이었다. 내다 팔 것은 없고, 가져올 것은 너무 많은 출판 후진국이었던 셈이다. 한강 작가 이후 (물론 K 팝과 드라마로 이미 토대가 어느 정도 다져지고 있었지만) 우리를 보는 눈빛은 달라지고 있다.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를 받고 수출된 K출판물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현업에 있을 때, 출간 족족 해외 판권을 문의해오는 메일에 손가락이 바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불꽃도 불길을 키워내지 않으면 꺼지는 법, 비실비실 꺼져가더 한국 출판을 되살려낸 한강 작가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까, 하는 우려가 한켠에 자리잡는 것도 사실이다.


"제2의, 제3의 한강, 혹은 한강을 넘어서는 한국과 해외 모두에서 베스트셀러를 석권할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꾸준히 발굴되어 관리되지 못한다면 한강이 쏘아올린 불꽃은 냉정한 국제 출판시장의 경쟁 논리에 곧 꺼지고 말것이다. K팝 아이돌 그룹이 정교한 기획과 철저한 관리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초격차를 완성한 것처럼, 출판 또한 민간 차원에서 작가를 발굴해 육성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_김홍기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우리 자체의 시장이 건강하고 성장해야 한다. 꾸준히 가능성 있는 작가와 콘텐츠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강 작가는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었고,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았던 것도 아니다. 약간은 마니아적 성격이 있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가진 작가였다. 단순한 시장 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는 그녀의 문학적 가치를 누군가는 꾸준히 주목하고 세상에 내놓았기에 오늘날의 결실이 생겼으리라. 이번 <기획회의>는 노벨상으로 시작했지만, 다시 우리의 출판으로 시선을 돌려놓는다.


기획회의 648호 : 2026.01.20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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