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카레 아니고 3분 차 우리기
보통 차를 우리는데에 필요한 시간이 있다. 딱 3분. 하지만 우리는 왜 그 짧은 분초의 시간을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끼게 되는 걸까?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나오는 에스프레소처럼, 20초만 누르면 데워지는 편의점 전자레인지에 익숙해져 3분의 시간이 마치 끝없는 긴 터널처럼 느껴진다. 티백으로 즐기려 할 때면 1분이라도 더 빨리 우러날까 하여 위아래로 끈을 잡고 쉼 없이 물질을 하기도.
인류 역사상 모든 기술의 발전은 시간 단축의 욕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유한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며 최대한 일을 멀티로 하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양치를 할 때면 왼손에는 전동 칫솔기를 쥐고 오른손은 식물에 물을 준다거나 하는 등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집안일을 하며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그런데 멀티를 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중간중간 일처리를 위해 칫솔을 입에 물고 멈춘다거나, 한 손으로 물을 여러 번 받게 되니 본래 3분이면 끝날 일을 두배의 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다.
머리로 효율을 따지면 안 되는 시간 중 하나만큼은 차 우림의 시간이다. 일정 시간이 필요한 기능적인 이유로는 찻잎이나 허브가 물속에서 점핑(Jumping)을 하면서 머금고 있는 수용성 성분들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해야 한다. 끓는점이 100도가 되기 전까지 미동이 없는 주전자처럼, 평균적으로 3분 정도는 기다려야 찻 잎이 물속에서 풀어지면서 폴리코사놀이나, 아미노산 등과 같은 이로운 성분과 감칠맛을 충분하게 드러나게 할 수 있다. (물론 보이차나 녹차의 경우 짧게 여러 번 우린다거나, 일부 허브에 따라 5분 이상 권장하기도 한다)
차가 우러나는 시간만큼은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 굳이 분초를 세지는 않지만, 내 하루 중 유일하게 3분이라는 공백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명상을 하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이내 컵에 띄어진 호수와 같이 잔잔해진다. 그렇게 마음을 우리다 보면 차의 풍미는 저절로 따라오니 의도치 않게 일석이조가 되는 격이기도 하다. 머릿속에 파동이 일고, 소용돌이치던 복잡했던 마음들을 정돈하기에 제격인 시간. 그래서 차는 결과로 만들어진 맛으로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다도 중에 마음을 씻어내기 위한 정화적인 수행의 목적도 큰 것 같다. 오늘 밤 야식은 3분 카레 아니고, 3분 차를 도전해보자.
Hyejin Sung
Co-founder & Creative Director, HIT THE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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