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전문집에서 말차 디저트가 없었던 이유
2019년도부터 오프라인 카페도 운영하면서 말차 전문점(?) 답게 말차 음료만 15가지 넘게 레시피 메뉴를 선보였다. 물론 말차 음료를 드시지 않으시는 고객분들을 위해 그 외로 스페셜티 블렌드 커피와 논 카페인 음료 메뉴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여 동안 말차 베이커리는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당연히 김치찌개 맛집으로 알고 주 메뉴로 시키셨다면 반찬까지 동일한 김치가 나왔을 때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유의 추측이었다. 어묵 볶음이나 검은콩처럼 다른 맛의 반찬이 김치찌개와 상호 보완하기 좋을 것 같다는 내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성수 매장에서는 말차 음료와 페어링 하기 좋은 전문 베이커리 브랜드 라인업으로 선보이면서도 말차 맛 베이커리는 당연히 제외했었다.
그러던 중 어느 고객님께서 ‘말차 전문집인데 말차 맛 디저트가 없어 아쉬웠어요.’라는 스토어 리뷰를 남기신 글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말차 음료를 마시면 당연히 다른 맛 디저트를 원하시지 않을까 했던 우리의 예상과 달리 김치찌개 전문집으로 알고 왔다면, 어디에서도 먹어볼 수 있는 어묵볶음이 아니라 그 집 김치로 만든 반찬, 찌개 심지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밀 키트까지 원할 수 있다는 너무나 쉬운 진리를 놓치고 있었다.
최근 딸기 뷔페에 가면 크게 관련 없는 떡볶이, 김밥도 나온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딸기 제철, 딸기 전문 메뉴를 경험하기 위한 목적 위주로 방문하기 때문에 그곳의 핵심 가치인 딸기 관련 메뉴에 더욱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기업이 기대하는 배려(추측)’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목적(가치)’ 중심으로 사고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가끔은 기업이 예상하는 기대 시장, 기대 매출, 기대 효과가 서베이를 통해서도 목적 달성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상당히 운에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목적, 가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니면 미리 알 수 있을까?
역시 소비자의 숨겨진 마음은 추측으로 알 수 없다. 제품을 직접 팔기 전까지, 진짜 마음을 리뷰로 드러내기 전까지는 오롯이 기업이 원하는 기대 예측뿐이다. 이 진리 또한 고객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정량적 시간을 기꺼이 지불해야 알 수 있는 귀한 답변이었다. 그 외 추가적인 진짜 리뷰와 의견을 수렴하여 우리는 1년 여 간 목동 베이커리 매장 운영과 함께 GS25 협업 상품 판매 추이를 통해 말차 전문 디저트에 대한 니즈와 가치가 크다는 것을 학습할 수 있었다.
또한 매장에 방문해주시는 고객님들께 하루라도 빨리 말차 전문 디저트를 선보이고 싶어졌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멀리 와주시는 외국인 고객님들도 많이 계시는데 놓치고 있었던 진리를 그분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아 그러게, 나도 일본 교토에 방문하면 말차 디저트만 실컷 먹고 왔었네…’ 싶었다. 스토어 리뷰를 남겨주신 고객님께서 재방문을 해주실지 모르겠지만, 꼭 그분께 이번에 열심히 준비한 말차 맛 롤케이크를 맛 보여 드리고 싶다. 리뷰를 남기실 정도면 애정하신 마음만큼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쉬운 마음도 크셨으리라.
매장에서 조각 케이크로도 간편히 드실 수 있는 롤케이크 타입으로 레시피 개발을 기획하면서, 일본에 가지 않아도 국내에도 말차의 정수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특히 한국 자부심을 담아 프랑스산 밀가루 대신 소화가 잘되는 국내산 쌀가루, 국내산 유기농 말차를 주 재료로 하여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슈퍼말차스러운 브랜드 가치를 담았다.
말차 전문집에서 말차 디저트가 나온다면? 더욱 좋아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닌 ‘리뷰’로 가치를 전달해주신 고객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롤케이크 출시 소식을 전합니다.
Hyejin Sung
Co-founder & Creative Director, HIT THE TEA
HIT THE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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