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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jinsung Nov 26. 2022

스몰 브랜드 컨설팅을 했다

10여 년 간의 브랜딩 디자인 경험을 집약하며 프로세스 공유하기

스몰 브랜드로부터 브랜드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도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연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슈퍼말차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처음 선보였던 곳이 크라우드펀딩인 와디즈 플랫폼이었다. 상품이나 브랜드명도 구체적이지 않았던 상태에서 당시 와디즈 식품 카테고리 담당자인 혜원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시제품 개발 단계부터 펀딩 오픈 페이지 기획, 배송 단계까지 한 팀원의 일부인 것처럼 밤낮으로 열띤 토론과 수정 작업을 함께 거치며 성공적인 펀딩 사례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 이후로도 우리의 성장 과정에 늘 진심으로 응원해주기도 한 나에게는 소중한 파트너이자 지인이기도 하다. (그렇게 몇 년 후 와디즈 퇴사 소식을 전하러 카페쇼에 오셨을 때는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하기도 했다는...)


그랬던 그녀가 지인분과 함께 스몰 F&B 브랜드들을 돕는 푸드 플랫폼 브랜드 '헤이딜리셔스'를 창업한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좋은 먹거리, 좋은 먹생활에 진심이었던 전직 와디즈 푸드 MD에게 너무나 적성에 잘 맞는, 작은 F&B 브랜드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역할의 존재가 되겠구나 싶었다. 나 또한 제품만 만들 줄 알지 론칭 홍보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광고 소구점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마케팅 비 전문가로서는 막막한 부분이었는데 와디즈 펀딩을 하며 담당 MD님을 잘 만나 운 좋게 많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에이전시는 많지만, 초기 마케팅 단계를 컨설팅해주는 업체는 규모 있는 광고대행사가 아니고서는 극히 적기도 하다.


힛더티 설립 전에도 지인분들 브랜딩 작업을 의뢰 받아 하기도 했었고, 설립 후에도 초기에는 매출을 메꾸기 위해 컨설팅 투잡을 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맡아서 하는 작업에 설렘이 가득해졌다. 지금 슈퍼말차 브랜딩도 아직은 초창기라 생각하지만, 하얀 도화지 같은 초기 단계의 브랜드를 만나면 내가 더 신이 나서 아이디어를 던지기도 한다.


헤이딜리셔스에게는 작업물 과정 오픈을 동의받고, 보통 내가 브랜드 비주얼 정립을 시작하기 이전에 어떻게 작업물에 접근하고, 프로세스를 전개하는지 실제 작업 제안서를 공유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헤딜(이하 클라이언트) 기업의 인터뷰와 고민들을 모으는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킥오프 미팅이나 온라인으로도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주로 물어보는 질문은 '왜 우리여야만 하는지'하는 차별화, 즉 기업의 경쟁력을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그때 보통 세 갈래로 나뉘는 편인데 시장의 규모, 제품(기업)의 혁신성, 창업자의 역량이 있다. 헤이딜리셔스는 개인 커리어의 역량 즉 소프트웨어의 차별화가 있었다. 그리고 창업자의 스몰 브랜드를 대하는 진심의 마음이 너무나 큰 존재 이유였다. 이 부분을 시각화에 연결하면 좋겠다는 접점이 모아지기 시작한다.


프로포절 제안서 첫 페이지_최종안이 되기까지 ver.1.2.3...이 있었다
브랜드 키 컬러의 유사성을 점검하여 소비자 입장에서의 인지 연결 검증 스터디
네이밍의 유사성을 점검하여 어떻게 차별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레퍼런스 스터디
로고 스타일의 유사성을 점검하여 비주얼 차별화의 개선 필요성 파악


헤이딜리셔스는 스몰 푸드 브랜드들의 성공적인 제품 론칭과 시장 안착을 도와주는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는 기업 미션이 명확했기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시각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다만, 기업 미션이나 가치가 시각 언어로 연결될 수 있는 모티프(스토리텔링, 메시지 슬로건, 브랜드 에셋 키워드 등)가 부재한 점이 있었다. 다른 디자이너분의 작업 의뢰를 통해 받았던 작업물이 있었는데 로고 디자인이나 심미적인 완성도는 괜찮아 보였지만, 헤이딜리셔스만의 이유 있는 디자인이라 보기에는 기존 다른 스타일과의 유사성이 있어서 아쉬운 점이 또 하나 있었다.


이미 브랜드 네이밍은 정해져 있었기에, 이 부분을 전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의 역량과 진심'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었고 그렇다면 비주얼 정립 전에 브랜드 코어가 될 수 있는 역할의 정의와 메시지 키워드를 만드는 것이 우선 작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아래와 같이 프로세스를 정리했다.


DISCOVER: 현재 브랜드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발견하는 과정
SOLUTION: 핵심 문제로의 솔루션을 재정립하고 비주얼 연결 지점 찾기
MESSAGE 도출 과정: 브랜드 코어 / 미션 / 에센스 정립하기
헤이딜리셔스를 소개하는 한 편의 편지 같은 브랜드 스토리텔링


브랜드 메시지 정립 중 첫 번째 브랜드 코어는 기업(또는 브랜드)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근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역할이 향후에는 다양하게 확장될 수는 있으나, 처음 출발의 근원은 타깃이나 시장이 정확하게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집중하여 시각 이미지가 연결되어야 소비자 입장에서도 혼선이 없기 때문이다. 헤이딜리셔스의 주 시장과 고객은 B2C가 아닌 푸드 스몰 브랜드를 만드는 B2B 파트너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몰 브랜드를 운영하는 파트너들에게 전문성과 신뢰도 있는 이미지를 줄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 그렇다면 주 고객인 스몰 브랜드 파트너 분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헤이딜리셔스가 필요한 이유, '즉 스몰 푸드 브랜드의 가치를 발견하고, 함께 성장하고,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다'라는 자신감과 공감의 메시지를 브랜드 미션으로 정립했다.


세 번째 브랜드 에센스는 위 브랜드 타깃 코어와 메시지를 소비자의 언어로 순화하여 멋들어진 하나의 슬로건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제안한 에센스는 헤이딜리셔스라는 네이밍의 가치를 확장한 버전의 문구로 '맛의 발견'이다. 단순히 맛있는 맛을 홍보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그 전에 식품의 가치를 함께 발견하는 과정의 기쁨을 나누는 헤이딜리셔스의 업무 역량을 돋보이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앞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립이 정립된 후, 시각 디자인 전략을 세우는 단계
일반적인 육하원칙 중 세 가지를 기반으로 모티프 키워드 도출하기


네이밍과 브랜드 DNA에 기반한 시각화 아이디어 스케치 과정


누구를 위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기업 가치가 설정이 되었으니 브랜드 아이덴티티 과정에서 메시지를 확장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안했다. 'hey, Dear 파트너를 위한, hey, Delicious 푸드를 위한, hey, Delight 기쁨을 위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헤이딜리셔스의 캐피털 'D' 영어 단어로 라임을 연결해 주요 코어 메시지를 설정했다. 결국 음식과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을 통해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헤이딜리셔스의 3개의 단어를 연결하고 전달하는 진정성의 모티프가 될 수 있는 기호인 문장 부호를 통해 로고 디자인을 연결하였다.


그래픽 모티프가 되는 기호의 어원에서도 이야기를 연결할 수 있다
헤이 딜리셔스의 딜리셔스의 캐피털 D를 쉼표 이미지로 연결


'헤이, 맛있는 친구야'라고 부른다는 헤이딜리셔스의 네이밍에서 일반적으로 '헤이'라는 단어에 이미 기존 다른 브랜드나 기업에서 집중하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 나는 헤이보다는 헤이딜리셔스의 주 가치가 되는 딜리셔스 Delicious를 연결하는 지점인 쉼표인 콤마에 집중하였고, 쉼표인 문장 부호가 지니고 있는 역할의 어원을 스터디 하기 시작했다.


문장 부호란? '문장의 뜻을 돕거나, 문장을 구별하여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여러 가지 부호를 말한다.'

헤이딜리셔스는 푸드 브랜드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성장의 길에 문장 부호의 역할이 되어, 브랜드 철학을 전하는데 뜻을 돕거나, 쉽도록 도와주는 파트너를 뜻한다. 그래픽 모티프에서도 이야기가 연결이 되면 브랜드 공감 지수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 대신 소비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수용될 수 있는 연결이어야 하고 그 부분이 억지스러워 보이거나 의미가 너무 과장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딜리셔스의 캐피털 D를 활용한 심볼릭 한 로고 디자인


앞 문자인 영문 헤이 hey는 소문자로 표현하고, 딜리셔스 Delicious라는 단어에 집중될 수 있도록 쉼표를 표현하는 'D'는 대문자로 디자인했다. 특히 대문자 볼드의 최소 규격 사이즈에 따라 안에 안 공간이 뭉쳐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사용 가이드를 전달할 때, 로고 사용 최소 사이즈를 제안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로고 디자인의 확장 응용 사례로도 제안
타입로고 디자인의 시각 비례를 고려한 그리드 시스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사용 가이드


로고 디자인이 어느 정도 클라이언트와 소통 확정이 되면 실제 사용하기에 좋은 시각 보정의 심벌 디자인을 디테일하게 작업한다. 특히 타이포그래피 스타일의 타입 로고 디자인의 경우에는 기성 폰트를 그대로 사용했을 때 심벌로서의 비례감이나 기존 글꼴이 주는 스타일이 어색할 수 있기 때문에 글꼴 자체를 패스화 하여 새로 그린다고 봐야 한다. 폰트 두께감의 밸런스와 끝 라운드가 어디에서 어떻게 떨어지느냐에 따라 텍스트가 주는 분위기가 바뀌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언더라인이 플랫하게 끝나는 h, e와 다르게 장평이 넓고 아래로 늘어지는 소문자 y는 표현되는 밸런스의 위치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실제 조합에 따른 장평과 라인감을 시각 조정을 통해 디테일하게 잡아야 한다. 실제 모니터로 봤을 때와 프린트로 봤을 때도 폰트 균형감이 다르다.


컬러 시스템 사용 가이드


브랜드 키 컬러는 기존 클라이언트에서 사용하고 싶었던 '식욕을 돋우는 오렌지 컬러' 스펙트럼이 어느 정도 잡혀 있었고, 다만 기존 컬러에서 웹 그래픽 컬러로 사용했을 때, 조금 더 선명할 수 있도록 채도를 조정하여 제안했다. 특히 헤이딜리셔스의 로고 컬러는 웹 플랫폼에서 더 많이 사용될 것 같아서 모니터 화면으로 봤을 때 프레시한 느낌을 주기 위해 채도가 탁하지 않은 것이 중요해 보였다. 서브 컬러로는 수트 블랙으로 명명하여 완전한 블랙 K100으로 설정했고, 그 이유로는 B2B 파트너들에게 전문성 있는 볼드한 느낌을 주면서도 문장 부호로 유선형의 그래픽 요소가 결합되기에 액티브한 블랙의 두 가지 역할 표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어플리케이션 중 명함 디자인 제안 디자인
파이널로 확정된 명함 디자인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중으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하신 부분이 비즈니스 카드였기 때문에, 위 정립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소스를 활용해 명함을 디자인했다. 레이아웃을 여러 스타일의 방향으로 디자인하여 소통을 하며 최종 안을 결정하였고, 주 명함의 콘셉트로 B2B 파트너분들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편지’와 같은 매개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앞면 로고 영역에 후가공 형압을 주어 편지 봉투 같은 느낌을 담고, 뒷면 정보영역에는 편지지에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스트라이프 라인을 주었다. 그리고 간단한 연락처 정보와 함께 새롭게 정립한 헤이딜리셔스의 편지글 같은 슬로건 메시지를 하단 푸터로 새겼다.


향후 어플리케이션 키트로 확장되었을 때의 이미지 제안
스테이셔너리 디자인 및 웹사이트에 로고가 반영되면 좋은 레이아웃 시스템 제안
마지막 브랜드 가이드라인 페이지


여러 번의 제안서 전달 과정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피드백과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 디자인 가이드 안은 디자인 에셋을 바로 사용하기에 어려움 없도록 가이드라인 파일을 만들어서 전달드린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닐 수 있기에 로고를 사용할 때의 사용 규칙이라거나, 활용 방법을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에 컨설팅의 마지막 작업으로 에셋 가이드까지 정립하여 주는 것이다. 특히 어떠한 이유로 이렇게 만들었고를 함께 정립 과정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두면 이 파일을 다른 기업 내 실무자들이 가이드북처럼 바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인터널 브랜딩을 하는 데 있어서 효율적인 부가 가치를 더할 수 있다.




Epilogue

자사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다른 브랜딩 작업을 하기가 시간적으로나 기회가 닿을 일이 많이 없어지던 참이었는데, 오랜만에 재미있게 푹 빠져 컨설팅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 릴레이 팝업을 준비하면서 새벽에만 작업을 하다 보니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이 3개월이 넘게 지체되면서 클라이언트였던 헤딜 식구분들에게는 기다림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당시 팝업 준비 초기에 마케팅 세팅하는데 도움을 받게 되어서, 그 고마움을 보답하고자 재능 기부 품앗이로 작업을 했다 보니 더없이 선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컨설팅의 결과는 작업자의 만족보다는 클라이언트의 만족이 제일 중요하다. 다행히도 헤이딜리셔스의 혜원님, 고운님께서 제안 과정에 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신뢰하고 믿어주셔서 결과물까지 고민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그 결과물들에 만족해하며 좋아해 주셨다.



새벽 술 마시며 작업하던 나날들... 지금은 술 마시면 피곤해서 잠이 온다
실물로 영접한 헤이딜리셔스 명함 디자인 제작물


성원 애드피아 파일 작업본 넘기고 더블체크 함께하기


스몰 브랜드라고 해서 브랜딩에 대한 고민의 깊이까지 작지가 않다. 오히려 더 큰 것 같다. 그러한 고민을 지닌 스몰 푸드 브랜드들을 위한 스몰 브랜드, 헤이딜리셔스의 시작을 응원하며 오렌지 빛처럼 매일이 상큼하고 빛나기를...


+헤이딜리셔스 소개 사이트

http://www.heydelicious.kr/





Hyejin Sung

Co-founder & Creative Director, HIT THE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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