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빼고 다 바꾸는 신년 계획을 끝으로 마무리하며…
[브랜딩]
2022년도는 브랜드 자산을 탄탄하게 지켜내는 일에 힘쓰고자 노력했다. 2018년도 6월, 슈퍼말차를 세상에 처음 내놓으면서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은 기획(Create)도 생산(Manufacture)도 아닌 유지 관리(Maintenance)라는 것을 많이 배운 한 해였다. 이제는 디자인 상표 출원이 있다 해서 카피가 어렵지 않은 오픈 소스 시대가 되었다. 4년여간 크고 작은 브랜드나 제품 심지어 국내외 불문하고 매장 운영 방식까지 카피하는 사례가 많아져 처음에는 그냥 넘기고 말았는데, 문제는 카피 업체들이 만들어내는 퀄리티가 일관되지 않았고, 그 퀄리티 혼선이 결국 노출되는 대중 플랫폼 사이에서 기존 오리지널 브랜드에게도 중요한 가치인 ‘브랜드 고유성(Originality)’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브랜드 자산을 잘 지키기 위한 일련의 ‘꾸준한 노력’도 브랜딩이었다.
2021년도 하반기부터 시작해 2022년도 상반기에는 디자인 포트폴리오 아카이빙을 통해 작업 시기 (창조 시점)를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또한 정리된 포트폴리오를 iF Design Award 출품 지원 하기도 해 4월에는 Communication, Packaging 2개 부문 수상도 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또한 2022 하반기에는 GS25 협업 및 릴레이 팝업스토어가 성공적으로 화제 되면서 롱블랙, 비마이비, 폴인 등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인터뷰 및 세션 진행을 통해서 CBO로서의 역할 수행도 진행했다.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 글을 포함해 개인 인스타그램 시작도 브랜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으로 계기가 되어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
[마케팅]
그간 슈퍼말차가 잘된 이유로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라는 평을 심심치 않게 듣고는 했다. 특히 채용 인터뷰를 하다 보면 마케팅 배우고 싶어서 지원했다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부 조직에는 그들이 배울 수 있는 마케터도, 마케팅팀도 없다고 사실대로 얘기한다. 투자 회사 중 마케팅 잘한다는 블랭크코퍼레이션 회사가 있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마케팅 전문 인력으로 소위 잘 포장한다고 한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투자 전 남대광 대표님 딱 한번 뵙고 투자받은 이후로 한 번도 관여가 없으시거니와 화려한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브랜드 전략임을 알고 오히려 투자를 결정하셨다고 한다. (블랭크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사실 요즘 마케팅 과열 시대에 마케팅팀이 없다는 것은 우리 조직의 치명적 단점이기도 했다. 내가 해당 분야에 잘 모르기도 하고, 그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효용 가치를 잘 순환시킬 자신이 없다 보니 팀 조직을 적극적으로 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계획을 세웠다가도 실행 단계에서 ‘왜 필요한가’에 대한 스스로의 설득이 충분치 않아 지면 기대와 회의가 반복되면서 마케터 입사 계획도 무산되기 일쑤였다.
궁극적으로 결핍의 인정은 강점을 극대화한다. 모르는 분야는 과감히 포기하고, 잘하는 분야로 최고가 되자. 제품 개발(Product)과 브랜드 경험 가치(Branding)를 시각화하는 것. 두 가지만 잘해도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만 파고 있다 보니 오히려 외부 채널들과 플랫폼에서 멋들어지게 포장을 해주시면서 우리를 마케팅 성공 사례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역시나 마케팅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콜라보레이션]
외부 협업을 어찌 보면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목적의 경로가 홍보를 위한 끝점의 위치가 아닌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한(Product)’ 앞단의 목적에 있었기에 나는 협업 활동의 범주를 다르게 구분을 하는 편이다. (생각해 보니 이 또한 마케팅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2022년도는 슈퍼말차에게 콜라보레이션의 향연이었다.
브랜드 미션 메시지였던 ‘말차의 모든 것을 가까이’를 제한된 시간 내에 ‘빠르고, 넓게’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슈퍼말차의 작은 몸집 하나로는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목표한 타이밍 내에 ‘모든 것’을 의미하는 제품 카테고리 확장과 ‘가까이’를 의미하는 경험의 접근성(Accessibility)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부 파트너들 간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2021년도 기준 협업 진행 횟수 2건에서 2022년도는 총 8건의 협업 개발/프로젝트가 있었다.
-2022년 4월 지구의 날 ‘오트사이드’ 스토어 협업
-2022년 6월 ‘GS25’ 편의점 상품 개발 협업 (10종 개발)
-2022년 7월 릴레이 팝업스토어 편의품 브랜드 4곳 협업 (워크워크, 아이헤이트먼데이, 피부피부, 레노바)
-222년 11월 서울카페쇼, 팝업, 용산 매장 업사이클 디자인 ‘포스트스탠다즈’
-2022년 12월 블랙롤케이크 ‘달롤’ 협업 상품 개발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결과는 A와 B를 합쳐서 AB가 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새로운 이미지 형태인 C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2022년도에는 슈퍼말차로서 기대할 수 있는 예상 범주에서 조금 더 벗어난 C, D, E까지의 의외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
때로는 스스로 이상(Ideal)을 높게 설정하고 내 역량의 한계를 느낄 때 또는 내 예상의 범위마저 넘어설 때는 여러 방면으로 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특히 협업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기 때문에 가장 중립의 이익을 유지하고 설득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외형적으로 ‘협업’은 새롭게 시작하는 연인과의 달콤한 허니문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촘촘히 짜여진 조직도와 세부 절차로 합의된 대가족 명절 차례상의 진풍경에 더 가깝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성공적이라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한 해 8곳의 협업 브랜드 모두 명절이 지나도 서로 안부 인사와 함께 고마웠다고 인사 나눌 수 있는 것. 협업은 멋있는 결과 이전에 서로를 향한 이해와 존중이 중요하다는 참으로 간결한 진리를 터득한 것.
[채용]
2022년도까지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초석을 다지는 브랜딩에 힘쓰느라 크게 브랜딩팀, 국내 커머스/세일즈팀, 스토어 운영팀으로 운영되어 왔다. 특히 오프라인 스토어 매출 비중이 높다 보니 본사 오피스에는 팀 당 최소 핵심 인력으로만 구성되었다. 추가 채용 인력에는 절제 모드가 상당히 강했다. 주로 IT 조직에서는 ‘개발 투자’가 중요하기에 여유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통 소비재 산업에서는 사실상 ‘돈을 벌어오는 사람’ 즉, 스토어와 세일즈 팀이 중요한 것이 맞다.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지만, 브랜드 성장 궤도에 있어서 창업자의 인적자본뿐만 아니라 팀원 개별 역량에 의존하는 것 또한 위험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겠다 판단이 들었다. 브랜드 가치를 일관화하고 시스템화하는 것. 이것이 올해 추가 채용 방향의 목표이다. 무형적 서비스가 중요한 브랜드 사업인 만큼 개개인의 감정선에 따른 업무 편차나 운영 온도가 다르지 않도록, 쉽게 말해 누가 들어와도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고 누가 팔아도 브랜드 목소리로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작년까지는 개인 스페셜티 역량 위주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팀 체제로 구성해 크게 세 파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작년도 말부터 스토어 운영 품질 강화를 위한 스토어 슈퍼바이저팀을 추가 세팅했고, 해외 세일즈팀 그리고 드디어(?) 브랜드 목소리를 알리는 역할의 마케팅팀 이렇게 강화하기 시작했다. 아직 팀 세팅 과정에 있는 중이지만 작년 스스로의 역량 부족으로 ‘조용한 사직’ 경험을 몇 차례 겪으면서 인력 채용에 여전히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뽑고자 한다.
어느 기업에서는 200명 대거 채용에서 확률적으로 좋은 인재를 필터링한다 하지만, 아직 그럴만한 몸집도 아니기도 하거니와 사람의 오고 감의 과정이 나뿐만 아니라 동료 멤버들에게 힘 빠지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조금은 느리게 가려고 한다. 그 느림의 과정에는 당연히 더 부지런하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보고, 찾아다녀야겠지.
[2023 신년 계획]
사람들은 슈퍼말차를 왜 마실까, 왜 좋아할까, 왜 기대할까. 2022년도는 슈퍼말차를 많이 알린 해이기도 했지만 그 속에 나는 늘 의문이었다.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그 이유를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하면, 나도 모르게 공감되지 않는 이유를 하나둘 덧붙일까 봐 그게 두려웠다.
나는 정기적으로 수납 정리 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정리하는 방식이 조금 특이하긴(?) 한데 원래의 수납장은 비어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정리라는 개념으로 덜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상태로 모두 없애는 것이다. 극단적인 스타일에 주변에서 가끔씩 놀라고는 하지만…. 그러면 ‘본래의 수납’의 역할인 ‘본래의 핵심’만 담기 쉬워진다. 슈퍼말차도 그런 정리 방식으로 때때로 사이트도 밀어 버리고, 인스타그램도 지워 버리고, 나의 역할도 없애 버리고 싶지만… 인격과 같이 과정으로 성장한 브랜드이기에 히스토리는 남기되, 거기에 연연해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삼성 고 이건희 회장님의 말씀대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처럼 슈퍼말차의 와이프만 남기고 다시 쌓고자 한다.
그리고 슈퍼말차의 와이프, 아니 핵심의 이유를 드디어 정리했다. “건강한 멋”
아마도 대다수의 분들은 말차 자체의 존재를 몰랐을 수도,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우리가 주고 싶었던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다. 건강한 맛과, 멋진 이미지.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이 핵심 키워드만을 남기고 메시지를 다듬어 보니 “건강한 에너지를 통해 멋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소명이 정의되었다. 올해는 이 메시지 외의 이야기들은 다 없애고자 한다. 전략도, 세일즈도, 마케팅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혼선되지 않도록 내부 브랜딩 서랍을 정리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자 한다.
2022년도 브랜딩 애뉴얼 기록 정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멋에 취해 브랜드가 바다로 산으로 갈 뻔했다. 문제를 가장 빨리 푸는 방법은 스스로 직면하는 방법 외에는 지름길이 없는 것처럼 내 문제는 내가 풀기로 마음을 먹으니, 이미 50% 문제가 해결되었다. 남은 50%의 난제는 또다시 서랍을 우르르 꺼내어 하나씩 다시 담아보며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