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디자인> 10월호 인터뷰 질문으로 집약한 리브랜딩 이야기
오늘은 슈퍼말차 탄생 6주년.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인 성수 매장 첫 오픈일을 브랜드 생일로 지정하여, 10월 14일을 기념해오고 있다. 가오픈 첫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길을 지나던 군복을 입은 남자친구와 밝은 크림화이트 톤의 원피스를 입으신 한 커플이 오전 데이트 코스로 우리 매장을 선택했다. 첫 오픈일, 첫 손님을 기념하며 음료를 무료로 내어 드렸다. 팝업스토어로 선보였던 때와 달리, 매장 공간은 처음 오픈이었던지라 테이블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이 무척 낯설고 긴장이 되었다. 음료는 입맛에 맞으실까, 테이블은 너무 차갑다고 느끼지 않으실까, 음악 볼륨소리는 너무 크거나 작진 않을까 하는 온갖 다양한 걱정과 설렘으로 첫 손님을 맞이했던 기억이 생경하다.
6년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브랜드의 처음을 많이 떠올리게 되었다. '첫 오픈', '첫 매장', '첫사랑 같은 첫 고객'. 그리고 그때 마음먹었던 '첫 다짐'까지. 새롭게 다잡아 가는 리뉴얼 메시지와 요소들에 ‘첫 마음’을 담고자 노력하였다.
팝업이 시작될 무렵, 월간디자인 인터뷰 질문지를 통해 리뉴얼 과정을 회고하는 정리를 해나갔다. 인터뷰 요청 시점에 원인 모를 미열과 두통이 계속되어 어떤 정신으로 답을 채워나갔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즈음 기자님께서 간결하게 정리해 주신 덕분에 안도의 발행지를 받을 수 있었다. 멋진 타이틀로 리뉴얼의 회고를 담아주신 박종우 기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아래는 월간 디자인 인터뷰 전문 내용과 함께 다섯 가지 리브랜딩 에셋 기준을 정리했던 내용을 기록하고자 한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 슈퍼말차 리브랜딩 프로젝트
차 음료 전문 기업 ‘힛더티’가 2018년 론칭한 브랜드 ‘슈퍼말차’는 말차의 대중화를 시도하며 식음료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채도 높은 브랜드 컬러와 볼드한 워드마크,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은 말차를 ‘힙’한 음료로 각인시켰다.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어필하던 슈퍼말차가 지난 8월 리브랜딩을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숨 고르기에 가깝다.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특히 디자인 카피 사례가 늘면서 브랜드 자산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슈퍼말차는 워크숍을 통해 고객, B2B 파트너, 직원들이 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며 브랜드 자산을 명문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완성한 새로운 키 메시지는 ‘Green Energy in a Pocket’. 말차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건강한 에너지를 강조해 슈퍼말차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디자인 리뉴얼에 참여한 워크룸은 느슨하고 서정적인 인상의 워드마크를 개선하고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표현했다. BI 디자인이 디테일한 변화였다면, 패키지 디자인에서는 좀 더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생필품처럼 편하게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스틱형이던 말차 패키지를 라면 수프 등 가공 식품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각 형태로 교체한 것. 키 메시지와 같이 더욱 친숙한 사용 경험을 연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한편 리브랜딩을 마친 슈퍼말차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프레젠테이션 팝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모스그래픽이 팝업 기념 굿즈를, 포스트스탠다즈가 설치물 디자인을 맡아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슈퍼말차는 올해 하반기 중 말레이시아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리브랜딩의 목적과 결과
슈퍼말차 2.0은 2018년 론칭 이후 브랜드 고유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잠재 페르소나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리브랜딩 프로젝트이다. 과거 전통적인 문화 인식으로 말차를 접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해 온오프라인 콘텐츠에 용이한 B.I 시스템 및 웹사이트, 패키지 등 전반적인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일상 속 콤팩트한 포켓 에너지’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말차가 지닌 건강한 에너지를 주머니에서 쉽게 꺼내듯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섭취 형태 및 클린 라벨 디자인 등 직관적인 소비자 경험에 주안점을 뒀다.
얼핏 봤을 때 리브랜딩 결과물이 기존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의도한 부분이다. 슈퍼말차를 상징하는 시그너처 그린 컬러와 모던한 타이포그래피의 톤앤무드를 유지해 오히려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 썼다. 대신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완성도를 섬세하게 높였다. 워크룸도 리브랜딩의 방향성에 공감해 워드마크에 사용하던 서체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진행했다.
패키지 디자인을 사각형으로 바꾸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입자가 작고 흐름성이 매우 까다로운 말차 가루를 라면 스프처럼 입구가 넓은 패키지에 담으려면, 생산 기계와 공정 전체를 원물의 특성에 맞게 바꿔야 했다. 그래서 사이즈부터 포장 재질, 단상자 지기구조까지 달라져야 할 부분이 많았다. 어려운 과정이 많았지만 슈퍼말차의 브랜드 메시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했다. 이렇게 완성된 패키지 전반에는 제품의 성분과 원료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클린라벨 디자인을 원칙 삼아 영양 정보 표시와 레시피 등 직관적이고 쉽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리브랜딩 후 프레젠테이션 팝업을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었다.
리브랜딩을 도와준 파트너사와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 협력한 파트너사들을 소개하며 그동안의 작업 과정을 공개하는 전시로 진행했다. 특히 브랜드 리뉴얼을 기념해 모스그래픽과 굿즈 시리즈 5종을 제작했다. 슈퍼말차의 그래픽 시스템은 유지하면서도 모스그래픽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더해 다채로운 색 조합을 선보였다.
이번에 리브랜딩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슈퍼말차처럼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은 경우, 리브랜딩 시에 염두해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고객과 파트너사, 직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들을 설득시킬 만큼 충분히 논리적인지, 리브랜딩을 할 만큼 당위성이 있는지 등을 냉철히 자문하게 되었다. 덕분에 브랜드의 본질을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글 성혜진, 박종우 기자
1.Idea
-새로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직관적인 B.I 시스템 및 커뮤니케이션 재정립
-기존 복잡했던 전통 다도 과정을 탈피하고 더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형태로의 디자인
-기호식 차의 관점이 아닌 말차가 지닌 기능성 슈퍼푸드 관점으로의 말차의 재인지 강화
2.Form
-말차의 잠재 에너지를 내포한 더욱 볼드하고 명확한 인상으로의 B.I 변화
-일상 속 간편한 리추얼을 위한 콤팩트한 형태의 스퀘어 포켓 디자인
3.Function
-직관적인 원재료 정보 및 레시피 등 정보를 메인 그래픽 시스템으로 배치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제품의 성분, 카페인 함량 등을 포함해 영양성분 정보 전달을 위한 투명하고 직관적인 클린라벨 디자인
-제품의 종류 구분 인지를 쉽게 돕기 위한 직관적인 맛 중심의 제품 네이밍 및 컬러 시스템 디자인
4.Differentiation
-과거의 오랜 전통 이미지를 지닌 말차의 새로운 슈퍼푸드로의 가능성 전파하는 역할
-기존 차 문화가 어렵고 낯선 새로운 세대를 위해 더욱 직관적이고 현대적인 커뮤니케이션
5.Sustainability
-지속가능한 식물성 기반의 자연 그린 에너지 대체 식문화 확장
-TEA 브랜드로의 지속적인 ‘Tea Loves Water’ 물 기부 선순환 캠페인
-플라스틱 대신 PLA 소재 컵 제작 및 비코팅 재생지를 활용한 친환경 패키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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