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카엘라 Oct 20. 2015

[3화]그리고 진짜 첫사랑이야기 02

나는 아직도 종종 니가 궁금해. 잘지내니?

(1)부

https://brunch.co.kr/@hyejiny12/3




그 이별 뒤의 나는 다른 의미로 엉망이었다.

툭하면 아침까지 술을 마셨고,

아무 남자나 만났고,

아무에게나 정을 줬다.


동시에 몰아치는 해방감과 상실감을

현명하게 감당하기에

그 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고

변명해주고싶다.






시간을 흘렀고,

이별은 잦아들었다.

친구들 무리가 비슷했기에 종종 그의 소식을 들었다.


친한 친구끼리 사귀었기 때문에 두커플이 항상 함께였다가우린 헤어지고 그 커플은 계속 잘 사귀었다.  

내 친구가

방황하는 그에게

그녀의 친구를 소개해줬고,

사귀게 되었다고 했다.

나랑 만날 땐 학교를 잘 나가지 않아서

학사경고를 밥먹듯 받았는데

올A+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잘했네,

잘됐네,

같은 생각을 진심으로 했던 것 같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그곳에서 한국에서 만나던 애인이 바람을 요란하게 피우고,지금도 지우기 힘든 상처를 받고,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어이없게도 나는

바다 건너에 있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신같이 그에게 위로받으려고 들었다.


나는 술에 취해 있었고,

목소리가 안나올만큼 울고 있었다.


- 여보세요?

- .........나야

- ...............

- ......나야


나 죽을 거같아, 너무 힘들어. 너무 괴로워. 같은 말을 마구잡이로 내뱉었고,

그는 그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단호하고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 너를 만날 때 니가 싫어하는 건

아무 것도 안했던 것처럼.  

지금도 내 여자친구가 신경쓸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너에게 무슨 일이 있는건지도, 물어보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다시 전화도 하지 말고, 연락도 하지마.


너는 참 여전히,

그렇게

너다웠다.





그의 소식을 전해 들은 건

또 몇 해가 흘러서 였다.


어느 날 새벽,

그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술에 취해 전화가 걸려왔다.


고등학교 시절 워낙 친했던 친구였기에,

- 뭐야. 나한테 꼬장부리려고 전화했어? 우리 이렇게 막역한 사이된거야?

장난을 치며, 어디서 술을 마셨길래 내 생각을 다 했어.

했더니 생각치도 못하게,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 ....**이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 ............

- 오늘 장례 끝났어, 묻어드리고 오는 길이야.

.

.

.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눈물이 쏟아져서  

대체 왜, 어쩌다가, 라고도 묻지 못하고,

그는 괜찮냐고 묻지도 못하고,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라고 말하며 엉엉 울기만 했다.


그 친구는 급하게 후회하며

내가 잘못했다, 너한테 말하는게 아니었는데, 미안해 못들은걸로 해줄래. 계속 모르는 척 살아줄래. 라고 말했지만,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뒤로 며칠 간을 잠이 들지 못했고,

그 친구에게 묘소를 찾아뵙고 싶다고 몰래 위치를 알려주면 안되냐고 물었지만,

거절당했다.




그 당시 그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준

내 친한 친구는 그 때 일본에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더 지나고서

그녀가 귀국한 뒤에나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그 얘길 꺼내니,

화들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고 했다.

그당시엔 그 둘도 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에게 들었어, 라고 말하니

-하여간에 주책맞은 새끼...일부러 너한테 얘기 안했는데,

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그의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었고,

이사를 가고,

또 이사를 가더니,

나중엔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그가 빡세게 공부를 해서 올에이뿔을 받은 것도 그때문이었다고 한다.


곱디 곱게 생활해오신 그의 어머니는

평생 해보신 적 없던 식당일을 하시다가

어느 날 일이 끝나서 일어서는데 순간적으로 머리에 피가 몰려서

뇌출혈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녀의 친구는....나보다 2배는 넘는 세월을 사귀었는데

그의 어머니는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어머니는,

자식은 자식이고 자식의 애인은 자식의 애인이구나 하시며 한번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가슴 속의 죄책감 중 8할은 내 첫사랑 그애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에 관한 것이었다.

이렇게 떠나서 죄송하다는 말도 못했는데,

예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도 했는데,

저 어머니 진짜 진짜 좋아했어요, 라는 말도 못했는데.


유독 부부금실이 좋았기에

그의 아버지도, 어머니가 없는 집에 들어오기 싫어하셔서

집에도 돌아오지 않고 사무실에서 지내기 일수여서,

그와 그 애인은 곧 결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그는 결혼했다.

첫사랑의 결혼 소식에

미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의 행복을 바란다.




내 모든 처음이 너였어서,

참 다행이야.


나의 처음아,

내 첫사랑아,

내 첫이별아,

부디 내내 행복해줄래.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