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냄새로 먼저 신호를 보낸다. 따뜻하고 설레는 그때가 머지않았음을. 몸과 마음을 이제 슬쩍 집 밖으로 한 발짝 내딛어도 된다고 알려준다.
아직은 추운 날씨에 느껴지는 봄의 기운은 항상 묘한 흥분감을 준다. 뭐든 새로 시작해도 될 것 같은 긍정적인 활력의 기운이다. 이 기운을 빌려 나는 뭐라도 하고 싶다. 형편없이 쪼그라든 마음에 봄바람을 한껏 넣어 보기 싫은 모습들은 언제 그랬냔듯 빨리 과거로 만들고 싶다.
오랜 시간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았다. 어떻게든 나를 구제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찾지 못했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시기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금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상황도 따라주지 않았다. 같은 결의 시련이 자꾸만 찾아왔고 내성조차 생기지 않은 마음에는 그대로 생채기가 났다. 무너져 흘러내리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엉엉 울기만 했다.
겨울이 많이 길었다. 이 겨울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도 봄 앞에서는 속절없이 자리를 내어 주듯이 이제 마음을 두드리는 봄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것이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불쑥 올라와 언제라도 괜찮지 않은 나로 다시 돌아가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인정하자. 상처를 부정할 필요도 극복하려 지나치게 애쓸 이유도 없다.
때가 지난 것이다. 아팠던 그때는 다 지나가 버렸다.
다가올 봄에는 좀 더 마음을 열어보리라 다짐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제대로 느껴보겠다. 봄이 어떻게 나에게 다가왔다 지나가는지에 대해. 그동안 따뜻하다 외에는 각인이 되지 않았던 봄의 여운을 발견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의 봄마다 그것들을 되찾아보며 기뻐하고 반가워하기를 바래본다.
내가 지나쳐버린 것들의 무게를 그대로 흡수하여 다시 혹한의 때가 되었을 때 그것들의 무게로 단단하게 지지하기를. 겨울에 갇히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을 희망하는 삶을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