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같은 주말, 새벽 일찍 일어나 차를 끌고 잠실로 향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간다는 생각에 전날 밤부터 들떠있었다.
오늘 첫 수업은 잠실 잠수 풀장으로 갈 것이지만 그전에 근처 카페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이동한다고 해서 풀장 근처에 차를 대고 카페로 이동하여 기다렸다.
처음 만난 선생님은 프립에 있는 사진과 문의로 나눴던 모습에서 비롯된 상상과는 달랐다. 다정하시기는 했지만 융통성은 없어 보였다. 함께 수업을 받게 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친구끼리 온 사람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 다양했다. 1시간가량 진행되었던 이론 수업은 사실 미리 보내주신 이론 책을 요약해 적어 둔 거였다. 이론 책을 나름 열심히 읽어갔던 나에게는 그다지 메리트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열심히 대답하고 참여하고 AIDA 책임면제 및 위험부담동의서에 사인도 한 후 그리고 드디어, 잠수 풀장으로 향했다.
전날 밤, 인터넷을 뒤져 내가 가는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샤워를 하는지 등 각종 정보를 확인했었다. 흔히 말하는 시골에서 온 촌년 같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촌년이다.
들어서자마자 입 밖으로 우아라고 소리쳤다. 따뜻하지만 차가운 축축한 습기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막혀 있는 잠수복을 입고 단체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공기통을 메는 사람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모습이 있었다. 세상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굴리며 구경하고 있을 때, 선생님은 탈의실을 가리키며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만나자고 하셨다. 샤워실은 진짜 난장판이었다. 밖에서 갈아 신은 슬리퍼를 신고 샤워도 해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되고, 북적거리고 축축한 조금 당황스러운 곳이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컨디션이 좋지 못한 곳이었다.
어찌어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내려와 선생님께 마스크와 스노클, 그리고 오리 핀을 받았다. 어떻게 착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듣고 선생님은 바닥에 누우라고 하셨다. 잠실 잠수 풀장은 정말 깨끗한 곳이 아니다. 찝찝했지만 일단 누웠다. 선생님은 물 밖에서 얼마나 숨을 참을 수 있는지를 보려고 편하게 누우라고 했던 것이었다. 진짜 웃기게도 나는 1분도 못 되어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하더라. 헉헉거리며 일어나 앉은 내 모습에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다음 풀장을 빙 돌아 반대편으로 향했다. 물속으로 들어가니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다. 이 공간에서 스테틱을 한다고 한다. 스테틱은 물 위에 떠있는 상태로 숨을 참는 것이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당장 마스크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얼굴을 집어넣어 서 있는 공간 밑을 내려다보았다. 세상에… 이 밑으로 엄청난 깊이의 공간이 있고 사람들이 그 속을 유영하고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금이 찌릿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물속에서 고소공포증을 느끼게 될 줄을 생각도 못 했다. 이내 고개를 돌려 스테틱을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합류했다.
확실히 물 밖에서 숨을 참는 것보다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이 훨씬 편안했다. 수영을 배우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물속에서 안정을 찾고 생각과 숨을 멈추며 심리적인 안정을 느꼈다.
선생님이 스노클링을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는데 나는 해본 적이 없었다. 스노클 사용법부터 익히고 핀을 차고 스노클링을 하며 한 바퀴를 빙 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모든 장비 착용법과 어떻게 하는지까지는 알겠는데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바닥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선생님 손을 잡고 천천히 출발했다. 막상 출발하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하니 오히려 너무 즐거웠다. 이거 조금 했는데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 단계를 배울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풀장의 가운데로 들어가 부이를 잡고 옹기종기 모여 이론으로 배웠던 덕다이빙과 프리이멀전을 실습하며 이퀄라이징을 연습해 보았다. 덕다이빙과 프리이멀전은 둘 다 물속으로 하강하고 상승하는 방법인데, 프리이멀전은 부이에서 바닥까지 내려져있는 줄을 잡고 하는 것이고 덕다이빙은 줄을 잡지 않고 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옆에서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줄을 잡고 바닥과 90도 각도로 내려가는데 우리는 되는 대로 내려갔다. 함께 수업 듣는 사람 중의 하나는 대각선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가 시작점에서 한참을 멀리 떨어져 나갔다. 이렇게 내려가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어떻게 내려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주시지 않았다. 나는 잠수 풀장 바닥에 2번이나 내려갔지만 다른 부이에서 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제대로 된 자세로는 한 번도 내려가지 못했다.
그 후로 서로를 구해보는 레스큐에 대해 배웠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아직 5미터도 제대로 내려가지 못하는데 구조방법을 알아서 사용할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친구와 함께 떠날 여행을 위해 되는대로 또 열심히 배웠다. 이때 갑자기 마스크 속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른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다시 마스크를 정비했다. 렌즈를 착용하고 있어 풀장의 물이 눈으로 들어가는 건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정비해도 이상하게 물이 계속 들어왔다. 선생님이 자신의 마스크와 내 마스크를 바꿔주셨는데도 불구하고 착용법이 잘못인지 나아지지는 않았다. 결국 남은 시간은 마스크와의 씨름을 하느라 물에 떠있는 것조차 피곤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고, 선생님은 이로써 AIDA 1 자격증을 따게 된 거라고 이야기하셨다. 충격이다.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자격증을 받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격증을 가지고 연습을 하러 다니면서 다음 자격증을 도전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하는지를 배워야 연습을 하러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무래도 이상해서 자격증 조건을 다시 한번 찾아봤다.
프리다이빙은 진짜 다양한 단체가 존재했다. 그중에 AIDA가 제일 오래되고 기준이 까다롭다고 들었다. 그리고 PADI는 원래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단체인데 프리다이빙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준이 AIDA보다 어렵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시도한다고 한다. 다들 보통 이렇게 2개에서 골라서 하는 느낌이고, 원한다면 PADI와 AIDA를 교차해서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선택한 AIDA1은 세상에 조건이 없었다. 하하하. 그래서 이렇게 아무렇게나 하고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경험을 한 것에 대해 너무 만족스럽고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제대로 배우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결제한 남은 수업이 3번 정도 남아있는데 제대로 더 배울 수는 있을까 하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