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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주 Nov 23. 2023

누가 나를 좀 도와줘!

프리다이빙 체험기-

첫 수업을 받은 이후로 한동안 유튜브를 통해 정확한 자세의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배우지 않은 자세였다. 차라리 연습을 하러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프리다이빙은 버디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스포츠였다. 나는 혼자 체험수업을 들어서 버디를 구하는 것부터 난감했다. 인터넷으로 찾고 각종 카페에 가입하고 오픈채팅도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버디를 구하는 문자를 남겨보았는데 사람들이 하는 말이 보통은 선생님이 버디를 짝지어준다고 하더라. 아… 정말 더욱 신뢰가 바닥을 찍은 순간이었다.


선생님께 연락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만든 오픈채팅방에 초대해 주시고는 알아서 찾으라고 하셨다. ‘그래, 이 정도가 어디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방에서 버디를 구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굉장히 전문가들인 것 같아 쉽게 말을 붙이기 힘들었다. 버디라는 건 위험한 상황에 서로를 구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여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그 사람들을 구할 수 있겠는가. 같이 데려가 달라고 하는 것마저 눈치가 보였다. 나와 같은 레벨인 사람들은 어떻게 찾아야 될까. 어쩌면 나처럼 초보인 사람들은 읽고 있기만 해서 안 보이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미쳤지만 이미 눈치 보는 마당에 쉽사리 글을 올릴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이 올라왔다. 제대로 된 도움이 필요했다. 다음 수업을 예약하고 자세에 대한 의문점을 선생님께 여쭤보며 풀어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 믿을 수 없었다.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며 위험한 순간들이 존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남은 3번을 환불받을 수도 없는 이 애매한 순간에 기회가 나타났다. 가입했던 카페들 중 규모가 꽤 커 보이는 곳에서 1:1 수업으로 필요한 부분 및 자세 교정을 해준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일단 뒤도 안 돌아보고 연락했다. 나는 일산에 살고 있는데 퇴근하고 서울권으로 나가는 게 쉽지 않았고, 빠른 시간 안에 답답함을 풀고 싶었기에 근처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지도 여쭤보았다. 일산 근처에 ‘수작코리아’라는 곳이 있었고 그곳에서도 수업을 하실 수 있다고 해서 빠른 시일 내로 일정을 잡았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았고 이퀄라이징과 프리이멀전 자세를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며칠 뒤 퇴근하자마자 ‘수작코리아’로 향했다. 주소는 덕양구여서 일산인 줄 알았으나 느낌은 파주에 가까웠다. 수작코리아는 방송촬영을 할 때 사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부가 온통 초록색이었다.

새롭게 만난 선생님은 인사를 나누고 어떤 부분을 배우고 싶은지 수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을 해주신 후 바로 이퀄라이징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시며 어느 부분이 움직여야 하고 혼자 연습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이때 이퀄라이징연습을 물 밖에서도 충분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도 함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잘 풀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나름 첫 수업에 풀장에서의 경험은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니 그것마저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수업 전에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자세 교정 정도였는데 새롭게 만난 선생님은 다시 처음부터 해야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전반적인 수업이 굉장히 자세하고 정확했다. 마스크, 스노클을 착용하는 법 등을 배우며 내가 왜 저번 수업에서 마스크 안으로 물이 계속 들어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마스크를 너무 내려서 착용했고 수모가 마스크에 살짝만 걸쳐져 있어 물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 게 이유였다. 또, 핀을 정확하게 차는 법을 배우고 핀을 차면서 수직으로 서있을 수 있는 법을 알려주셨다. 덕다이빙과 프리이멀전 자세를 배우고 추가로 다이내믹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등 영상 촬영도 해주시면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수업이 끝나고 난 후에는 근처 카페에서 영상을 돌려보며 자세를 직접 확인하고 고쳐야 하는 부분을 이야기해 주시며 중요한 부분을 한번 더 알려주시는 점이었다.

선생님은 카페에 매달 자유연습을 함께 참여 가능한 날이 올라오는데 시간 되면 참여해도 된다고 이야기하시며 혼자 와도 함께 참여한 사람들이랑 같이 하니 버디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버디 문제까지 단번에 해결이 되다니... 너무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   

드디어 뭔가를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처음부터 규모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곳에서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부분인데 선생님을 고를 때는 그 선생님이 어디까지 가르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한다. 보통 내가 처음에 선택했던 프로그램처럼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수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더더욱 확인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강사까지 가르칠 수 있는 분인지 아니면 레벨 1, 2 정도까지만 가르칠 수 있는 분인지 한번 더 확인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뒤에 자세히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그 선생님께 배우는 사람 중에 자세가 정확한 사람들은 잘 없더라. 자세가 뭐 그렇게 중요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정해진 호흡을 가지고 물속으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인지 겪어보니 확실히 다르더라. 자세가 정확해야 더욱 안전하고 편하게 더 많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프리다이빙에 호기심이 있고 도전해 볼 생각이라면 나처럼 무작정 시작하지 말고 한번 더 확인한 후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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