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
이번 여행에서 당신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첫날에 예상보다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가서 두 번째로 음식을 퍼오러 갔는데 두 명의 자매가 내 자리 앞에 앉아있더라고.
"오, 미안해. 자리 있는지 몰랐어."
"아냐. 나 어차피 혼자라서 그 자리 비어있어. 앉아도 돼."
언니로 보이는 아이와 소소하게 떠들었어.
옆에 동생은 시크하게 쳐다도 안 보고 먹기만 하더라고.
이내 언니가 자리를 뜨게 되자 동생이 입을 열었어.
"너 몇 살이야?"
순간 당황해서 내 나이도 까먹고 허둥지둥 대답했어.
"3n정도 됐어. 너는?"
"난 13살."
이후 또다시 다가오는 정적에 자리를 일어날까 했는데 괜스레 더 이야기 나눠보고 싶더라고. 시답잖은 질문을 했어. 여기에 몇 번 와봤어? 여행기간은 어느 정도야? 가족이랑 여행 오니 어때? 등등... 근데 대답만 하던 아이가 툭 질문을 던지는 거야.
"여기에 왜 왔어?"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본 아이는 나에게 다시 물어보더라.
"그럼 이번 여행으로 뭘 얻어가고 싶어?"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서 아무 말이나 나오는 대로 떠들기 시작했어.
"글쎄. 그전에는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질문을 듣고 나니 몇 개월 전부터 헤쳐나가야 하는 일이 많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그것들을 쳐내느라 지치고 힘들어서 잠깐 도망쳐 온 것 같아.
무엇을 얻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 그냥 휴식?"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학교 이야기를 했어.
"얼마 전에 신발이 찢어져서 이상하게 걸어 다닌 적이 있는데 한 친구가 신발을 뺏어서 던지고 놀리고 따라다니면서 놀렸어. 어떤 행동을 하던 나를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지겨워."
"세상에. 맞아 너 말이 맞아. 사실 나에게 요구하는 사람들도 제멋대로 판단하고 마치 원래 그런 사람인 양 요구하는 거잖아. 난 왜 그 생각은 못했을까? 생각할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 정말 한동안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이 없었거든. 너 천잰데? 그런 못된 사람들 신경도 쓰지 마."
대답을 들은 아이가 입을 떼는 순간 아빠가 아이에게 손짓을 했어. 아이는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재빠르게 이야기했어."아빠는 낯선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을 싫어해. 즐거운 여행 해."
그렇게 그 아이를 보내고 여행을 하는 내내 그 대화가 머릿속에 맴돌더라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들로부터 도망쳐는 왔는데 돌아가면 어떻게 다시 마주할 것인가.
그 아이에게 못된 사람들 신경도 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거 사실 나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무엇이 먼저일까. 무엇 때문에 신경을 쓰고 내려놓지 못하는가.
그러다 보니 이 여행에 목적이 생겼어.
여행이 끝나는 날에는 도망쳐 온 것들에게 대해,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에 조금 더 퀄리티 있게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어갔으면 좋겠어.
남은 여행, 5일.
미칠 것 같은 자연을 보며 오늘도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며 글을 적어봐.
참 새삼스럽지만.. 이 맛에 여행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