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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주 Jan 05. 2024

새해를 받아들이는 순간

집으로 돌아가는 날을 받아들이기가 유독 힘들었다.


빡빡했던 2023년,

언제나처럼 도전하고 싶은 일, 해내고 싶은 일이 많은 해였지만 올해는 끝없는 변화가 자주, 그리고 많이 찾아왔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변화는 여전히 나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전해주지만 예전과 달리 체력과 정신력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달달거리는 몸과 마음을 붙들고 홀로 떠난 여행.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친구가 좋았다는 이야기 하나로 덜컥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내가 원하는 건 반짝이는 숲과 바다에 둘러 쌓이는 것뿐이었다.


여행지는 완벽했다.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오는 눈부신 햇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

그런 파도 밑에서 펼쳐지는 진정한 바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색이 있을까 싶은 푸릇푸릇한 숲 속,

모든 것이 환상적이었다.

근데 돌아오는 날 눈물이 맺혔던 이유는 자연 때문은 아니었다.


롤러코스터처럼 튕겨져 오르는 보트의 갑판에 서서 자연의 신비를 나눈 순간,

아름다운 바닷속을 함께 유영하며 발견한 것들에게 대해 즐거움을 나눈 순간,

정글을 산책하며 길을 잃었을 때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 웃음을 나눈 순간,

핸드폰 잃어버렸다 찾았을 때 몇 시간을 함께 고생해 준 사람들과 나눈 슬픔과 안도의 순간,  

멀미하는 아이와 함께 나눠 먹은 멀미약, 그 효과에 함께 나눈 즐거운 순간,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았던 다정하고 따뜻했던 순간들이

하나씩, 하나씩 마음에 남아 돌아가는 날 내 발길을 붙들었다.

작별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고 언젠가 또 만나기를 바랐다.


자연 속에서 떨어진 에너지를 채우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떠난 여행에서 내 몸과 마음을 채워준 건 사람들이었다.  


마음에 따뜻하게 담고 돌아왔던 이 순간들로,

2023년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다가온 2024년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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