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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주 Feb 22. 2024

우리의 파란 새벽

“야옹,야옹-”


어디선가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 

아직 아침이 오려면 먼 것 같은데 왜 일어났을까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슬슬 잠이 깨기 시작한다. 툭툭 옆에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보지만 소리를 듣지 못한 건지, 긴 꿈을 꾸고 있는건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몸을 움직이는 내 모습에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한 건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말하기 시작한다. “야옹,야오오오옹-”  마치 당장 일어나라는 듯이 다급해진 목소리다. 너에게 손을 뻗어 본다.

몸에 닿을 것 같지만 재빠르게 피해,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앉아 말하기 시작한다. “야옹,야옹,이양아아아앙-” 


몸을 일으켜세워 앉아 널 바라본다. “무엇을 원하니? 나쁜 꿈을 꿨니?”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과 목소리에 흥분한 너는 곧장 일어나 짧은 반동과 빠른 속도로 긴 꼬리를 흔들며 앞장서기 시작한다. 일단 따라와 보라는 듯이. 

고개를 돌려 창 밖을 확인한다. 공사가 거의 다 끝나가는 건물에서 나오는 강렬한 파란색 불빛만이 창문으로 들어올 뿐이다. “도대체 지금 시간이 몇시길래.” 반쯤 감긴 눈으로 확인 한 시계는 4시를 향해가고 있다. 시간을 확인하고 나니 단잠을 깨운 너가 미우면서도 또 쉬이 잠들지 못할 내가 벌써 안타까워 고개를 떨군다.


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발 밑으로 천천히 다가와 머리를 댄다. “야오옹,야오옹,” 

내 안타까움이 벌써 탄로가 난 모양이다. 너의 위로와 재촉에 웃음이 난다. 그 따수움을 더 느끼고 싶어 손을 다시 뻗어본다. 도망가지 않는 너가 참으로 다정하다. 

두 손을 내어 너의 겨드랑이 사이로 집어넣는다. 부드러운 너의 살과 털이 손바닥과 손가락을 감싼다. 마치 에메랄드 같은 커다란 눈은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듯이 무심하고 지긋이 눈을 맞춘다. 새벽이라 힘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널 안아 보려면 약간의 팔힘이 필요하다. 

어깨 위로 너를 올려안고 그 자그마한 어깨에 커다란 머리를 부벼본다. “냐아,냐아” 

빠져나가려고 엄지 손가락 만한 하얀 발로 누르며 작은 머리를 최대한 허공으로 빼는 너를 꽉 끌어안고 “3초만!” 다급하게 외쳐본다.    

 

바닥으로 내려온 너는 이제 준비가 됬냐는 듯이 바라보며 다시 꼬리를 세우고 흔들며 앞장선다. 슬며시 따라가 본 너가 멈춰서는 곳은 주방, 간식이 있는 곳. 나를 바라보고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다시 한번 말을 한다. “야옹,야옹,야옹-” 배가 고프구나. 아직까지도 잠에서 깨지 않은 침대 위 옆 사람은 먹을 것을 그만주라고, 곧 돼지가 될 것이라고 타박하겠지만 너와 내가 일어났다는 걸 모르니까, 우리 둘의 비밀이니까 괜찮겠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말한다. “쉿, 비밀이야.” 


간식 서랍을 만지는 순간 너의 꼬리를 더욱 빠른 속도로 허공을 젓는다. 

내 다리 사이를 뱅글뱅글 원을 그리며 돌며,꼬리를 흔드는 너의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원래는 5알이 적당하지만 지금은 새벽이고 아직 잠에 취해 있다는 빌미로 슬쩍 3알을 더 준다. 만족스럽게 먹고 있는 너를 뒤로 하고 침대로 돌아간다. 침대에 누워 세상에서 제일 작은 쿠키를 먹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여전히 하늘은 어둡고 파란색 불빛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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