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나의 숨만큼만

딱 그만큼만... <엄마는 해녀입니다>

우리들은 그렇단다.
내내 숨을 참았다가
물 밖으로 나와 숨을 몰아 내쉬지.
돌고래처럼 말이야.
호오이~ 호오이~
그럼 이런 소리가 난단다.
그걸 숨비소리라고 한단다.
 
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
호오이~ 호오이~
엄마가 살아 있다는 소리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희영 글,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번역, 난다(2017)

 *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의 고희영 감독과
제주 해녀의 삶에 매료된 스페인 작가 에바 알머슨의 합작품인 그림책 [엄마는 해녀입니다]

 
“엄마는 해녀입니다. 전복, 물고기, 미역, 문어, 조개처럼 바다의 보물을 캐는 사람입니다. “
 
이 책을 읽어 준 1학년 반 친구의 글이다. 책 어느 구절에도 ‘보물’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데 책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해서 더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표지 속 엄마를 만나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내가 있는 이 곳이 제주 어느 바다가 되어 푸른 물결이 넘실거린다. 바다가 지긋지긋해서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미용사로 일했다는 엄마가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할머니처럼 해녀의 길을 걷는다.

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
호오이~ 호오이~ 엄마가 살아 있다는 소리.
 
바다 깊은 곳에서 주먹 두 개를 합한 것만큼 커다란 전복을 꺼내려 욕심을 냈다가 한없이 바닷속으로 꺼질 뻔했던 엄마. 그런 엄마를 단번에 알아차리고 끌어올린 할머니. 숨을 멈춰야 살 수 있고, 살기 위해서는 물속에서 내내 참았던 숨을 물 밖에 나와 몰아서 내쉬어야 한다. 욕심을 부려 조금만 더 물속에 머무르다간 물숨을 먹고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삶. 해녀의 삶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너라.”

할머니의 말씀에 치기 어린 욕심 가득했던 지난날이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