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 미리 크리스마스 보내는 법
(두 손을 얼굴에 ‘착’ 대고) “ㄱ ㄱ ㅑ~~~~~~~~~~~~~~~~~~~~~~~~~” 윤은 무엇을 보았을까? 1) 무덤 위 작은 뼈다귀 2) 케빈! 3) 이놈 아저씨 4) 망태 할아버지 말하나 마나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문제(^^)
4년 전, 둘째 아이 딸기군 탄생 예정일 일주일 여를 앞둔 주말. 윤과 함께 맞는 다섯 번째 크리스마스이브. 이제 네 식구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던 날이었다. 날도 춥고 몸이 무거우니 성탄절 분위기 낸다고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어 이번 주말은 세 식구 여유롭게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마침 녹화를 해 둔 영화가 떠올랐다. 크리스마스 영화의 레전드.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내게 뉴욕병(!)의 로망을 안겨 준 케빈을 소개해 주려고 TV를 켰다.
그런데, 다짜고짜 하는 말.
엄마! 어린이집에 산타 할아버지가 왔어! 동생 태어나면 든든한 형아 하기로 약속하고 손도장도 꾹 찍었어. 그런데 좀 이상해. 수염은 꼬불꼬불 하얀데, 까만 안경을 꼈어! 까만색 비닐봉지 신발을 신고 왔더라!?
아이는 전날 어린이집에서 만난 산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바쁜 산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온, 젊고 키가 큰 산타의 복장이 기억에 남는지 꽤나 자세하게 인상을 설명했다. 까만 선글라스에 까만색 비닐봉지를 신고 나타난 산타 할아버지라. 과연 누구였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웃어야 할까 말까를 망설이던 중에 자연스레 영화가 시작됐다. HOME ALONE, 나 홀로 집에! 아쉽게도 더빙판도 아닌 자막 버전이었지만, 한글을 몰라도 영상만으로도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빠 스킨을 얼굴에 착착 바르는 케빈을 따라 해 보는 건 기본. 2층 계단 위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보더니 저 집에 가서 똑같은 썰매를 타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보았지만 때마다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추억의 영화를 배 속에 둘째를 품고, 네 살 큰 아이와 함께 보고 있노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무려 내가 열 살 무렵에 만난 케빈이었다.
어릴 적엔 케빈과 두 악당의 쫄깃한 케미에 푹 빠져서 봤는데 엄마가 되고 나서 보니 케빈 엄마의 마음이 왜 그리 절절하게 다가오던지. 케빈의 시선을 따라 달라지는 아이의 표정을 관찰하며 함께 웃다가도 내 마음의 절반은 아니 그 이상은 케빈 엄마에게로 향했다.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려 소복이 쌓인 크리스마스 아침, 두 모자의 만남이 그렇게 눈물방울이 떨어지던 장면이었던가. 분명 임신 중인 엄마의 호르몬은 다르긴 달랐다. 다음 날,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아침에 빙판 길에서 미끄덩거릴 뻔했던 찰나,
나쁜 도둑 아저씨 얼음 계단에서
엉덩방아 찧었잖아. 휴우~ 나도 엉덩이 아플 뻔했네.
아이는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내내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또다시 수다쟁이가 되었다. 그래, 네 눈엔 케빈이 전부겠지. 그럴 거야. 그럼.....
단 한 번, 네버랜드
소소하고 사사롭게
너의 말이 다가온 날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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