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그 아이들(특별한 아이들)이 물려 받은 우리의 장점 때문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의 그들을 사랑해야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식을 사랑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1, 앤드류 솔로몬
토요일은 부자간 슈퍼가서 장보기 연습하는 날.
시끄럽고 낯선 곳에 가는 일이 두려운 아들에게 몇 년간 길게 목표를 세우고 연습에 들어갔다. 처음엔 내가 데리고 다녔다. 아들이 먹고 싶은 품목 2개를 정해주고 혼자 찾아서 가져오게 하는 방식이다. 낯설고 시끄러운 곳에서 속수무책이 되곤 하는 아이에게 한발짝 한발짝 연습 시키는 거랑 비슷하다. 제법 익숙해지면 소음 방지 헤드셋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라해야 겠다.
불안하고 두려워서 선뜻 시작은 못하는데 몇 번 용기를 북돋아 주면 혼자서 물건을 곧잘 찾아왔다. 어찌됐든 엄마가 슈퍼 어딘가에 있다는 믿음은 있으니.
이제는 아빠랑 가는 걸로 바꿨다.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좋다니 가장 좋은 사람과 가라하고 나는 내 시간을 번다. '아싸, 아들 잘한다. 넌 효자야.' 내년에는 더 잘할 것이고, 중학생이 되면 혼자 가서 간단한 식료품을 사올 수 있겠지. 발달이 다른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가장 큰 무기는 인내와 시간이다. 좀 더 일찍 시작하고, 좀 더 자주 연습시키고, 아이에게 잘 맞는 방식을 찾아주면 효과가 좋다.
어김없이 손에 본인이 좋아하는 음료를 들고 얼굴이 만개해서 돌아왔다. 규칙과 패턴대로 살아야 하는 아이, 앞으로 울리(Woolworths의 애칭, 호주의 대형 슈퍼마켓) 앞에 있는 카페의 단골 손님이 될 터였다.
'음료 한잔으로 너의 기분을 살 수 있다면 그깟 음료쯤이야 뭐가 대수냐.'
슈퍼에 다녀온 아들이 말한다.
"엄마,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우리 소한마리 키우면 어때(헉. 소 한마리??)? 그러면 매번 우유도 안 사도 되고(네가 소 젖 짤래?), 아빠는 잔디도 깍을 필요가 없잖아(소 똥 치우기가 더 어려워). 그리고 세나(멍뭉이)는 친구 생기니까 좋고(둘이 친구한대?)."
너란 아이. 그런 재밌는 상상을 어떻게 하고 사는 거니? 네 머릿 속이 엄마는 너무 궁금해.
"너는 축복받은 엄마야. 앞으로 알게 될 거야."
소아과 의사가 나에게 말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런데 빠뜨린 말이 있다. 다음 진료에서 꼭 들려주고 싶어 메모도 해놨다.
특별한 아이들하고 사는 일은 축복을 뛰어 넘는 일이다. 정형인들의 세상만으로 굳게 갇혔던 시야와 사고를 파괴하는 일이다. 그리고 폐허 위에서 다시 두 세계의 조화를 이룬 세상을 다시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생각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상상력의 지평을 쭉쭉 늘려 새로 지은 세상에 사는 일. 그래서 그런 경험은 누구나 누릴 수 없는 "특권(Privilege)"이 된다.
삭막해 보이는 낯선 경계를 허물면 바로 그곳부터 싹이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