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뛰어노는 게 뭐지?
오롯이 한텀을 온라인 수업으로 마감한다. 다음주만 견디면 봄방학이 시작된다.
방학이 되면 그나마 아이의 온라인 수업 지원은 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적으나, 반면에 스크린에서 멀어지게 하는 일이 고되다. 온라인 수업 핑계로 스크린이 너무 당연한 아이 일상의 부분으로 자리잡혔다. 문제는 방학이 와도 빅토리아주의 '제한조치 4단계'로 집에서 5KM 반경 안 생활권 유지와 2인 이상 집합 금지령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고 나갈 데도 마땅치 않고(멜번에서 나갈 데가 없는 시대가 도래하다니!), 친구와의 만남이 제한된다는 것이 가장 큰 변수다. 작년이었으면 그램피언즈로 캠핑 계획을 세우고 친구랑 붙여서 지쳐 나가 떨어지도록 뛰어 놀 시기인데.
'근데 뛰어 노는게 뭐지?'
코로나 때문에 제한 조치들이 장기화되다 보니, 밖에 나가 무슨 활동들을 했었는지도 가물가물.
탐구학습으로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호주의 <장애교육>. 교육의 일관성과 확장과 심화에서 끝판왕인 호주 교육. 이곳 아이들, 결국은 사회구성원이 인권의식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에릭, 근데 우리 보조실무사들이 이렇게 장애에 관한 내용을 많이 배우고 학교 현장으로 가도 만약 학급 담임 교사가 이 분야를 잘 모른다면 실제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잖아. 우리는 교사를 보조하는 처지니까."
보조실무사 자격증을 공부하는 내가 얼마전에 강사에게 질문하자 에릭이 답했다.
"그런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돼. 지금 일반학교 교사들은 해마다 장애 연수를 받아야하고 해마다 장애아동을 직접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이야. 그들도 웬만한 지식과 노하우는 다 알고 있어. 아이를 지원하는 일을 교사와 보조실무사가 팀으로 하는 거라 훨씬 장점이 많아."
어제 담임이 초 3 아이들에게 제시한 과제.
1. 통합(inclusion)이란?
2. 휠체어를 탄 친구가 학교로 전학을 왔다. 교실 사진 중에서 한개를 골라 책상의 높이, 책상의 위치등을 다시 디자인하기
3. 학교 건물 입구 사진 중에서 한개를 골라 휠체어를 탄 친구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디자인하기.
4. 그렇게 디자인 한 이유를 함께 제시하기.
이런 질문은 너무 좋다. 호주의 교사들이 내는 과제의 특징들은 아이들에게 본인의 생각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를 함께 고민하도록 교육한다. 사고력/비판력을 키우는 훈련이고 이는 결국 창의력과 연결된다. 각자의 독특한 시각이 창의성이니.
어제 아이가 수행한 과제는 내가 보조실무사 자격 과정에서 배운 내용이다. 휠체어를 탄 아동이 전학오면 보조 실무사는 교실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교실의 어느 자리에 위치 시킬 것인가. 학교의 접근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다른 아이들의 안전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체육시간의 통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책상 높이는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등등.
그러니까, 호주의 교육은 어른과 아이가 분리된 교육이 아니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교육이다. 휠체어를 탄 친구를 배려하는 일이 단지 교사만 알아야 할 지식이 아니라, 한 공간에 있는 모두가 알아야 하는 지식. 어른이 아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아이들이 아는 것을 어른들이 알게 되고. 아이들이 교육의 주체, 의사결정의 일원이 될때 자발성과 적극성이 높아진다.
호주의 교육이 취하는 방식은 좀 더 나은 사회로 견인해가는 가장 확실하고 대중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다. 교육의 역할이 사회화의 과정이란 점에서 기존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말걸기와 같은 것이란 걸, 함께 연대하고 공존하며 살아갈 가치를 친절하게 전달하는 것이란 걸 다시 깨우쳐 주는 호주의 일상적인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