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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외계인 Mar 27. 2024

나의 돌봄 노동 해방 일지

난 캐주얼 돌봄 노동자

난 캐주얼 돌봄 노동자다. 한국으로 차자면 ‘비정규직 알바’ 가 될 게다. 멜번 돌봄 영역에서 케어러들의 고용 종류는 크게 Permeant worker – Permeant part-time worker – Casual worker 로 구분된다.


퍼머넌트 워커의 다른 말은 Full-time worker인데,  정규직으로 주당 법에서 정한 38시간 정도(회사나 에이전시 마다 약간씩다를 수 있음)의 노동을 해야 하고 호주 정부에서 정한 각종 복지혜택과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가령 Paid annual leave(유급연가), Paid sick leave(유급 병가) 같은.  


퍼머넌트 파트 타임 워커란 퍼머넌트와 캐주얼 워커의 중간 즈음에 있는 개념으로, 보통 주 3-4일 근무에 평균 20-25시간 정도(개인의 욕구와 회사나 에이전시의 욕구에 맞게 조절하기에 조금씩 다를 수 있음)의 노동을 하는 형태다. 노동 시간에 비례해서 정규직보다는 적은 일수의 유급 연가나 유급 병가를 적용 받는다.


캐주얼 워커는 본인이 원하는 요일과 노동 시간 만큼 일하는 유연한 고용 형태이고 다른 두 고용의 형태와 같은 복지혜택은 없다. 대신 시급이 가장 높다. 위의 두 형태의 고용에 비해 법적으로 연가와 병가를 보호받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고용의 안전성이 낮기 때문에 높은 시급으로 보상하는 셈이다.


케어러마다 선호하는 고용의 형태가 다르다. 퍼머넌트 파트 타임은 대체로 에이지드 케어 분야 중 특히 요양원에서 일하는 케어러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에이지드 케어 쪽의 일은 여성들이 주를 이루니 아이가 어리거나 집안일을 하면서(호주도 대부분 여성들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 주 5일을 일하기는 부담이다. 그러니 주 3-4일 정도 일을 한다.  


반면에 가정 방문 케어러들은 캐주얼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부 중 한쪽의 수입이  안정적이거나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요양원 같은 시설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가정 방문 캐주얼을 선호한다. 시급이 높고,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만 일을 할 수 있고, 일대일 지원이니 일이 상대적으로 덜 피곤하고,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지원(Shift)을 잡기가 수월하다. 자연스럽게, Permeant worker – Permeant part-time worker – Casual worker 의 순으로 책임감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난 에이전시 두 곳과 일을 하고, 독립적인 장애 지원사로도 일을 한다. 그 중 한 에이전시는 100 % 장애 고객 전문이고, 다른 에이전시는 주로 에이지드 케어 고객들이다. 호주에서 대부분의 가정 방문을 지원하는 에이전시는 장애와 에이지드 케어를 병행한다.


내가 장애와 에이지드 케어를 병행하는 이유는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인생 중반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은 난 직업에 아주 쉽게 “지루해”지는 사람이란 거. 세상에 반평생을 살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아둔함이라니! 내 자신을 깍아 내려 뭐하나 싶어 이렇게 받아 들이기로 한다.


‘그래도 죽기 전에 알게 되는 것보단 낫지 않나?’


라떼 타령 한 번 하자면, 일을 해 보면 장애 분야의 장애 지원사(support worker)와 에이지드 케어의 요양보호사(carer) 는 일이 유사하면서도 상이하다. 벌써 이름부터 다르지 않나?


에이지드 케어 쪽은 말 그대로 돌봄이 주 업무다. 반면에 장애 쪽은 (고객이 신체적 또는 의료적 지원이 많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당사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활동 지원과 커뮤니티 참가 지원이 많다. 장애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니 지원의 종류가 아주 다양해서 상대적으로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지원을 요구하는 고객과 일을 하면 된다.


따라서 에이지드 케어 쪽은 육체적인 노동이 많이 요구되고(치매 고객은 종종 정신적인 노동이 많이 요구되기도 함), 장애 쪽은 정신적인 노동이 상대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발달 장애 어린이나 청소년 고객 중에 에너지가 넘치는 고객을 만나면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달리고 바닥에 눕고, 안전하지 않은 곳에 뛰어 들고, 만지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지고, 끊임 없이 침을 뱉고, 몇 시간이고 물놀이를 하다 옷을 적시면 끊임없이 갈아 입혀야 한다. 이런 고객을 지원하면 입에서 단내가 나기 쉽고 그날 밤 다리에 쥐가 난다.


호주에서 케어나 장애 지원 분야에서 가장 보편적인 원칙은 “사람 중심(person centred)” 과  “개인별 욕구에 맞는 지원(individualized support)”다. 장애 쪽이라면 고객의 관심과 흥미와 장점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지원을 해야 하고, 에이지드 케어 쪽이라면 고객이 원하는 방식의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아 잊을 뻔했다. 호주는 이민자들이 이룬 국가의 특성 상, 장애 지원사나 케어러들에게 강하게 요구되는 자질이 한 가지 더 있다.

 

“고객에게 문화적으로 안전한 지원과 돌봄을 제공 할 것!” 



*회사(company):  요양원 같은 시설은 회사라 칭함

*에이전시(agency): 가정 방문 돌봄을 담당하는 기관들을 칭함

*독립적인 장애 지원사 : independent  또는 direct worker라 하는데, 장애 지원사가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고객과 계약하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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