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쉐어홈 사람들
카일은 왜소한 몸매에 비해 큰 머리를 가졌다. 옷은 주니어 용을 입는데, 샤워를 시키고 옷을 갈아 입힐 때마다 머리에 옷이 꽉낀다. 카일은 옷에 얼룩이 조금만 묻어도 입지 않고, 식사 중에 냅킨은 열 장 정도는 써야 하고, 옷 주머니에 언제나 티슈가 들어 있다. 샤워도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을 해야 하고, 한 번 입은 옷은 두 번 입을 수가 없다.
카일 가족은 이탈리아 출신이고 패션에 진심인지 카일의 가족들이 카일에게 보내는 옷과 침구류와 악세사리 등은 다른 쉐어홈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세련되고 고급지다. 헤일리는 카일의 옷가지와 침구 등을 정리할 때마다 이탈리아 출신들의 패션 감각이 궁금해진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이탈리아 여행을 가보고 싶다. 카일은 본인 가족이 이탈리아 출신이란 강력한 자부심을 갖고 산다.
오늘 아침에도 헤일리는 카일의 아침 샤워를 지원했다. 샤워 후에 아침을 먹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카일은 외친다.
“헤일리, 이리 와 봐!"
카일은 청력을 거의 잃어서 보청기가 없으면 상대의 말을 잘 듣지 못한다. 물론 보청기를 끼고도 본인의 말이 앞서서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가끔은 불안이 급습하면 타인의 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카일은 잘 들리지 않으니 대화를 할 때마다 지원사들을 본인이 앉아 있는 곳으로 우렁찬 소리로 호출한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고 나이가 들면서 몇 발작 걷는 일도 두렵다. 거실에서 방으로, 방에서 화장실로 이동을 할 때마다 벽에 등을 대고 엉거주춤 옆으로 걷는다. 헤일리는 카일이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전 읽은 책,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을 떠올린다. 루벤의 아침을 준비하던 헤일리는 곧바로 카일에게 다가간다.
“뭘 도와드릴까요?”
“난 이탈리아 출신이야.”
“아주 멋져요!”
“헤일리, 근데 왜 난 이탈리아인이야?”
“네???”
헤일리는 혼란스럽다. 장애인들, 특히 발달장애란 이름을 가진 분들과 몇 년째 일을 해보지만, 이처럼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난데없고 이상한 대화법이 훅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힌다. 특히 카일의 얼굴 표정을 보면 더 난처해진다. 마치 뭔가 세상의 모든 답을 알 거 같던 부모에게 질문을 했는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부모 앞에 선 아이 같은 얼굴을 한 카일.
“흠, 카일 부모님이 이탈이아에서 태어나셨으니까요!”
다행히 카일은 잠시 생각한 후 답한 헤일리의 대답에 만족했다. 그리고 또 묻는다.
“헤일리, 난 삼촌이야.”
“멋져요.”
“넌?”
“전 이모죠.”
“헤일리, 근데 왜 난 삼촌이야?”
“네???”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 지원사 아멜리아가 헤일리를 구원한다. 그녀는 이 쉐어홈에서 일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조카가 있으니까 삼촌이죠.”
카일은 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답한다.
“난 멋진 삼촌이야.”
헤일리가 다시 부엌으로 가서 루벤과 다른 입주자들의 아침을 지원하는 찰나, 카일은 또 다시 헤일리를 우렁차게 호령한다.
“헤일리, 이리 좀 와 봐!”
“뭘 도와 드릴까요?”
“지금이 오후야?”
카일은 상대적으로 기능이 남아있는 왼팔로 입에 음식을 넣는 포즈를 취하면서 헤일리를 올려다 본다.
“네??? 카일,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방금 전에 아침 드셨잖아요.”
“아직 아침이라고?”
신입인 헤일리가 안쓰러웠는지 아멜리아가 다시 다가와서 일침을 놓는다.
“카일, 헤일리 좀 그만 불러요. 다른 분들 아직 아침도 안 드셨어요. 소파에 앉아서 편안하게 티비 좀 보고 계셔요.”
아멜리아의 카리스마에 반한 헤일리에게 선배인 아멜리아가 조언한다.
“헤일리, 입주자들은 신입 지원사가 오면 신입에게 매달려. 관계형성에 좋기도 하지만, 때론 경계를 명확하게 그어 줘야 해. 입주자분들도 기다리는 법도 배워야 하고, 안 그러면 네가 시달려서 힘들어. 지금도 봐. 너만 부르잖아. 그리고 카일 말고 다른 입주자분들도 아침 지원이 필요하잖아.”
헤일리는 속으로 염려한다.
‘난 언제쯤 저렇게 똑 부러지게 선을 그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