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화. 인생은 너무 불공평해!

좌충우돌, 쉐어홈 사람들

by 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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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너무 불공평해.”


헤일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곁에 있던 댑과 니하도 눈물을 글썽인다. 세 여자는 마침내 서로를 끌어안고 울음을 밖으로 내보낸다.


헤일리는 두 기관에서 일을 한다. 하나는 A라는 비영리조직, 장애인 전문 지원을 50여년 가까이 하는 곳에서 파트타임 정규직으로, 또 다른 하나는 B라는 비영리조직, 장애인 전문 지원을 40여년 가까이 하는 곳에서 비정규직 시급제의 신분으로 일한다. A는 장애인 쉐어홈을 호주 몇 개의 주에서 운영하는 기관이고, B는 장애인들의 가정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기관이다.


헤일리가 일하는 블랙번홈은 A 기관이 운영하는 수많은 쉐어홈 중에 하나다. 블랙번홈에서 차로 3분 거리에는 A기관이 운영하는 또 다른 쉐어홈이 있고, 이곳에는 자립 기능이 좋은 두 분의 장애 당사자가 산다. 블랙번홈의 팀리더인 에런, 그리고 수잔, 아멜리아는 두 곳의 쉐어홈에서 일을 한다. 물론 헤일리도 원하면 두 군데서 일할 수도 있다.


태어나서 비장애인, 생후 8개월만에 장애인이 된 피오나(나는 멜버른의 케어러, 루아나, 메멘토, P.234 참고). 헤일리는 매주 월요일마다 고객 피오나를 3년 넘게 지원하고 있다. 베릭 쉐어홈이라 불리는 또 다른 기관에서 운영하는 쉐어홈에 사는 피오나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일이다. 기차와 트램을 좋아하는 피오나와 기차를 타고 멜버른의 시티(다운타운을 부르는 말)에 가서 주로 공원이나 갤러리를 방문하는 일이 주를 이룬다. 불안이 아주 높은 피오나는 주변에 사람이 두 세명만 있어도 바로 이렇게 말한다.


“너무 시끄러워. 여기 싫어.”


둘이 만난 반 년 동안은 서로의 결을 맞추는 시간이었다. 헤일리는 피오나의 불안이 급작스럽게 터질 때마다 따라서 불안이 엄습했었다. 불안은 전염 된다, 는 사실을 헤일리는 장애인들을 지원하면서 그리고 불안이 높았었던 아들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특히 장애인들 중에는 불안이 디폴트로 세팅 된 분들이 흔하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기, 찰나에 불안이 덮친 장애인들의 흔한 공통점 중 하나란 사실도 장애인들과 생활하면서 깨달았다. 피오나가 똑같은 질문을 마구 쏟아 낼 때 헤일리가 “괜찮아. 내가 곁에 있잖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사이야.” 안심 시키는 말들에 피오나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마치 주문을 걸듯.


“나는 지각 있는 여자야.”


헤일리와 피오나는 이제는 마치 자매 같은 사이가 되었다. 매주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쌓아 올린 시간들이 공고한 관계를 형성해 줬다. 이제 피오나는 헤일리와 있을 때 불안이 덜 엄습한다. 훅 치고 들어온 불안도 헤일리의 안심 시키는 몇 마디에 쉽게 물러난다. 똑같은 질문을 예전엔 열 번 이상 했다면, 이제는 두 세번하고 멈추는 사이, 이 사이가 둘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반증이다.


“헤일리, 시간 난다면 잠깐 베릭홈으로 와줄 수 있어?”


베릭홈에서 일하는 피오나의 주 케어러인 댑이 전화로 물었다. 약속 시간에 도착을 해보니 베릭홈의 매니저인 니하도 함께 헤일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헤일리, 피오나의 건강에 중요한 변화가 있어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어. 너는 피오나를 오래 지원하고 있고 피오나가 너를 많이 좋아해.”


댑과 니하는 피오나가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되는지는 의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쉐어홈에 얼마나 더 머무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남은 기간동안 약으로 암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가족과 지원사들, 그리고 각종 의료지원팀의 목표는 하나다. 피오나의 마지막 하루하루가 소풍이 되도록, 즐겁고 좋은 추억들을 안고 생을 마감하도록 지원하는일이다.


헤일리는 화가 난다. 왜 세상은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시련을 몰아주는 걸까? 이제 겨우 42살, 주변에 비장애 인들은 이런 말들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장수 시대는 저주야.”

“백세 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끔찍해.”


이런 말들을 내뱉는 시대에 헤일리의 고객들은 40대에 스러져 간다. 성인 중증 장애인을 주로 지원하는 헤일리는 언제나 낯선 때이른 이별, 그러니까 비장애 세계에서는 이 나이대에 떠올리지도 않을 죽음을 자주 만난다.

격주 목요일에 만나고 있는 다운증후군 고객이 말했다.


“내 친구가 하늘 나라로 갔어. 43살이야.”


헤일리가 격주 일요일에 지원하는 자폐 여성 고객은 건강이 심하게 악화되어서 완화치료 단계에 이르고 있다. 돌봄은 주고 받는 사이에서는 어느 식으로든 관계가 발생한다. 돌봄은 때론 아주 사적이면서 개인적인 부분을 관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분 한분이 아주 개별적이고 고유함으로 자리매김을 한다.


헤일리는 생각한다. 언제쯤 헤일리보다 젊은 생들이 먼저 맞이하는 죽음들 앞에서 의연해 질수 있을까? 의료와 과학이 이토록 발달한 시대에 장애인들의 평균수명은 왜 이리 초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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