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J 가 곁에 있는 복을 누리고 싶은 욕심
제 책 <나는 멜버른의 케어러>
에는 여섯 분의 인터뷰가 실려있답니다.
온라인 북토크를 진행했던 홍은전 작가님도 인터뷰들이 너무 좋았다고 하셨어요. 독자분들도 각 부 말미에 인터뷰들이 있어서 호주의 돌봄 관련한 제도나 시스템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셨어요.
사실 메멘토 출판사 편집장님도 <나멜케>와 <인터뷰집>을 따로 분리해서 두 권의 책으로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한 권으로 내고 싶다고 했답니다.
인터뷰는 너무 재밌고 의미있는 작업이긴 한데요.
해외에 살고, 인터뷰이가 호주 로컬들도 있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너무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질문지도 영어로, 그리고 영어로 대답을 해 주는 걸 녹음을 해서 다시 제가 들어서 풀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나봐요. ^^
지금처럼 AI가 상용화되지 않기도 했었고요. 지금이라면 훨씬 쉽게 할 수 있을 듯 하기도 하네요.
제 2부에 실린, 20년째 간호사로 일하는 J는 <돌봄과 간호의 명인>이랍니다.
어제 잡채가 먹고 싶어서 한 솥을 만들었더니 J가 잡채 먹고 싶다고 20분을 운전해서 우리집으로 왔더라고요.
이민생활을 해보면 저를 가장 아끼는 사람들은 김치나 잡채, 만두 같은 한국 음식인데 손이 많이 들어가서 집에서 잘 만들지 못하는 음식을 만들고 초대해 주고 나눠주는 사람들이더라고요.
특히 이민 생활에서 집에서 만든 김치를 나누는 사이는 찐 사이랍니다. 제 생각에요.
J가 왔는데 팔과 다리에 온통 시퍼런 멍투성이가 되어서 온 거에요.
"고객 집에 갔다가 개한테 물렸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19살 성전환 중인 고객이 가슴 수술을 받아서 드레싱해주러 갔는데 집에 있는 집 채 만한 개가 반갑다고 오더니 이렇게 만들어 놓았대요. 입질을 많이 하는 개였나 봐요.
"20여년 이 일을 하다 보니 벼라별 일을 다 겪어요."
보통 간호사나 가정 방문 요양보호사가 방문할 때는 에이전시(연결 기관)에서 돌봄사들에게 미리 개나 고양이가 있다고 알려주고, 특히 개를 다른 방이나 밖에 내보낼지를 문의하는데 갑자기 배정되고 한 두번만 방문하는 경우라서 이게 잘 이뤄지지 않았나 봐요.
저의 소원은 저의 인생 마지막을 J의 돌봄을 받다 숨을 멋는 거랍니다. 물론 인생은 알 수 없으니 제가 나이가 많긴 하지만 누가 먼저 갈지도 모르고, 제가 마지막 순간을 제 집에서 보내는 축복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죠.
그런데 J가 모르핀을 놔주고, 제가 불안해 하면 그에 따르는 약을 처치해 주고, 가래가 끓으면 그걸 삭히는 약을 처치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다가 생을 마감하면 참 좋을 거 같단 생각을 해요.
멜버른에 와서 젤 처음 만난 한국인도 J고, 저의 속 이야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J거든요. 물론 J가 돌봄이 필요하면 또 제가 가겠죠.
어제 제가 J 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너도 이런 책을 내봐. 나는 멜버른의 간호사"
[작가 Note] 멜버른에서 케어러로 일하는 한국 출신 이주 노동자의 '사람', '삶', 그리고 '돌봄'을 기록한 책입니다. 호주의 노동문화, 이민생활, 장애복지, 고령자 복지가 궁금하시다면, 저의 첫 책 **<나는 멜버른의 케어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바로가기 링크] | [예스24 바로가기 링크] [알라딘 바로가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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