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에 관하여

우체국 박스는 사랑을 싣고

by 루아나



굳이 남에게 부탁을 잘 못한다. 이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남에게 도움 받고 필요한 사람에게 배로 주면 될 것을 그렇게 잘하지 못한다.

근데 세상은 참 오묘하고 가끔 조화로운 게 이런 나의 곁에 일명 ‘오지라퍼’라 불리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언니 이사짐 쌀 박스 있어요?”
물론 그런게 우리 집에 있을리 만무하다. 우리 부부는 쓰레기 같아 보이면 족족 버리기 바쁜 사람들이다.

“무슨 박스를 돈주고 사요?”

필요한 만큼 사다 쓰면 된다고 해도, 본인의 집에 있는 박스와 근처 이웃집에 연락하여 싹 모아서 우리집 현관앞에 쌓아 놓고 간다. 몇 번을 날라줬다. 차로 30여분 거리에 산다, 그녀는.

근처사는 지인들도 박스 가져가라고 성화여서 박스 뿐만 아니라, 이민가방까지 빌려 왔다. 괜찮다고 해도 이사하는데 이민가방이 ‘짱’이라며 굳이 차에 싣는다.



짐을 쌓다 보니, 모든 박스가 한국우체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모두가 뭘 얼마나 한국에서 받아서 쓰는지 가늠이 안된다. 물어보니, 모두가 친정 엄마들이 바리바리 주기적/간헐적으로 배로 보내온다고 했다. 먹고, 입고, 바르고, 사용할 수 있는, 보낼 수 있는 것들이면 거의 모두 온다고 했다.

가끔은 “택배배틀?”전이 일어난다. 본인은 어느 물건까지 받아 봤다는 식으로.



한국에서 택배를 받는다면, 일년에 한두번 초록과 살구가 모아뒀다 보내주는 책들/그 사이에 끼워서 보내주는 마른 물건들 뿐인 나에겐 내용물이 너무 궁금하다.

나도 친정 엄마가 거동하고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면 달랐을까? 파 김치 먹고 싶다면 보내주고, 손자가 식혜 만들어 달라면 바리바리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냈겠지. 아니면 직접 와서 담그고 삭히고 만들어 주셨겠지.

저 많은 박스는 외국에 딸을 보내고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친정 엄마의 마음이 담겨 왔을 텐데.

그나마 코로나19 때문에 그 길마저 막히지 않았는지 속상하다.

근데 한국 이민자들 너무 호주 경제 활성화에 협조 안하는 거 아냐? 저렇게 다 들여와 먹고 입고 사용하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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