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이 꼬일 때는 <꽈배기>를 꼬자

베베 꼬인 꽈배기처럼 엮인 코로나 시대의 연대

by 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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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가장 애정하는 간식이 꽈배기다.


멜번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빵집에 가면 한국에서 사먹던 형태의 흰설탕 바른 꽈배기를 파는데, 도시락에 꽈배기를 한개 넣어주면 신이 나서 입이 찢어진다. 새로운 음식을 거부하고, 향이 많은 음식 접근이 어려운 아이가 손가락에 붙은 설탕을 쪽쪽 빨아 먹는 걸 보면 정말 맛있나 보다.


'이런 음식을 집에서 해 먹는다고?'


- 어떻해요. 한국처럼 쉽게 사먹을 수가 없으니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지.


지인 중에는 핫도그를 굽고, 치킨을 튀겨 양념치킨을 만들고, 호떡을 구워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하는 이가 있다. 한번도 이런 음식을 집에서 해먹는다는 생각을 해볼 리가 없는 나는 그 자체가 신기하다. 집에서 기름에 튀기는 음식은 단호히 거부하고 살아온 인생이다.


'아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만들어서 맘껏 먹게 좀 해줘요."


지인이 꽈배기 만들기가 아주 쉽다고 했다. 요구하지도 않은 '환상의 조합 레시피'까지 쥐어줬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평생 시도하지 않았을 텐데, '집콕' 생활이 너무 지겹고 무료해서 시간 때우기로 만들어 봤다. 발효된 반죽을 베베 꼬아서 꽈배기를 만들자 이제서야 뭘 만드는지 알게 된 아들은 깡총깡총 토끼마냥 뛰어 다닌다.


'네가 토끼띠에 태어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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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1차 원격수업을 8주하면서 아들과의 관계가 많이 틀어졌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앉혀서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일은 고역중에 상고역이었다. 담임이 아무리 좋은 과제를 준비하고 이해하기 쉽게 안내하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물론 그나마 좋은 담임 만나서 도움은 많이 받을 수 있었지만, 엄마가 해야할 몫은 그대로 있었다. 어찌됐든 "싫어하는 일"에 아이를 앉혀서 "유지하기 싫은 일"을 끝까지 하게끔 하는 일. 그 어려운 일을 해냈으나 아이와의 관계는 헝클어졌다.



온라인 수업 두번 하면 모자관계가 "파탄"지경에 이를 듯 후덜덜 했는데, 결국 공포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I hate my mum yelling at me all the time!."


2차 온라인 수업 첫날, 학급 구글클래스룸에 이런 멘트를 날리는 아드님을 보며,


'그래, 넌 참 훌륭한 아이구나. 크게 될 놈이야. 본인의 감정과 의견을 이렇게 거리낌없이 드러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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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속이 부글거리고 화가 올라올 때는 요리를 하기로 했다. 몸이 바빠지면 정신이 분산되고 화가 풀린다. 예전 같으면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고 엄두도 안냈을 음식들인데, 이제는 손이 많이 가서 몸을 바삐 놀리게 하니 다행이라 여긴다. 코로나가 일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바꾼다.


처음 시도한 꽈배기가 잘 나왔다. 자가격리가 끝나고 아이와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가면 꽈배기를 만들어서 학교로 보내야 겠다.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통과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꽈배기처럼 겹겹으로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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