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놀려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
어느 순간, 화면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나를 한국 지인들과 각종 소식에 연결시켜주던 SNS를 더이상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엄마는 페북쟁이야!"
외쳐대는 말에 변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페북을 자주 들여다보고 지인들이 연결해 놓은 뉴스 기사를 읽어댔다. 아들 때문에 바뀐 건 아니고, 어느 순간 스마트 폰이고 노트북이고 스크린만 보면 눈알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두통이 왔다. 좋아하는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다.
'더 늙어서 노안이 심해지고 혹시라도 시력에 문제가 심해져 문자를 못 보면 어떻게 될까?'
내가 젤 좋아하는 취미생활이 문자와 관련된 일들인데, 이 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다면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 어떻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몰려왔다.
그래서, 몸의 다른 부분들을 더 적극적으로 쓰고 생산적인 일들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눈을 아끼고 보호하여 오래오래 사용하려면, 신체의 다른 기관들도 더 골고루 움직이고 사용을 해야 한다.
멜번은 2차 lockdown이 시작되어 다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가장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할 수도 없고,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다. 이렇게 집에 자가격리되어 살아보니, 자본주의 세계에 적응하고 맞춤이 되어버린 몸은 진짜 쓸모가 없어 보인다.
1. 닭 키워 알 자급자족하기
2. 빵굽는 기술 익히기
3. 채소를 더 많이 가꾸어 먹기
4. 퇴비 만들어서 텃밭 가꾸기
5. 가능하면 수퍼에서 사오는 음식의 양을 줄여보기
몇 가지 목표를 세워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스마트폰의 각종 SNS 앱을 지웠다. 덜컥 이스트 한통을 사버렸다. 이스트를 쓰고 싶어서라도 빵을 만들어야지.
눈을 뜨자마자 밀가루에 이스트를 넣고 발효빵을 시도한다. 빵 굽기 첫 시도는 모닝롤. 계속 치대고 성형하고 발효시키면서 아들이 온라인 수업하기 싫다고 투정부리는 것도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아들아, 엄마도 배워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생각보다 결과가 그럴싸하게 나왔다. 모르면 어렵고 막연한데 막상 해보면 그렇게 겁을 먹을 필요가 없는 일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시도도 안해 볼 일, 몇 시간씩 반죽을 치대고 발효하고 성형하는 일들 덕에 코로나에 갇힌 신세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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