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알못(게임을 알지 못하면)이면?

8살짜리에게도 무시를 당한다

by 루아나

빵 굽는 냄새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면? 발효 빵을 몇 번 굽다 보니 나름 요령이 생긴다. 특히 여유로운 주말 아침에 갓 구운 따뜻한 빵과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로 아침을 여는 법을 배웠다.


쏘세지 롤빵.jpg


아침마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가끔은 빗소리로 여는 아침은 멜버른이 나에게 준 질리지 않는 행운이다. 하루 종일 집안에 있으면 차 소리, 외부인의 소리 한번 들을 일이 없이도 살아지는 곳이 있다는 것을 한국에 살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국은 개인의 공간에서도 항상 외부의 소음, 그것도 주로 기계음들이 침입을 하는 게 너무 당연한 삶이었다. 엘리베이터 소리, 자동차 소리, 마이크를 크게 틀고 주택가를 도는 각종 트럭들, 옆집 문 여닫는 소리, 심지어 경비실에서 단체로 내보내는 각종 안내 방송들...


전날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밤새 저온 숙성을 시켜 주말 아침에 빵을 구우면, 대화가 오가는 여유 있는 아침이 찾아온다.


주중에는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아들이 신기하게도 주말에는 6시쯤이면 눈을 뜨고, 혼자서 해리포터 책을 읽는다. 엄마 아빠를 깨우지 않고 혼자서 한 시간 이상 읽어주니 고맙다. 빵을 앞에 두고선, 아들이 말했다.


"친구 훈이는 운이 좋아. 지금도 눈뜨자마자 게임한대. 엄마가 아직 안 일어나서 몰래 게임하나 봐."


- 그런 걸 운이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네. 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침에 훈이랑 문자 주고받았으니까 알지. 내가 마인크래프트 command 많이 알려줬어.


잘 생각해 봤더니 멜버른에 2차 lockdown이 시작되고, 온라인 수업이 다시 시작하면서 절친인 훈이의 아이패드 계정을 아들의 아이패드에 공유해 줬다. 멜버른 초등 아이들은 대부분 핸드폰을 소지하지 않아서, 아이패드로 문자 주고받는 거 배워 보라는 의미에서 훈이 엄마랑 상의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온라인 수업과 동시에 아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상당히 업그레이드되었다. 얼마 전 담임은 화상으로 아이들에게 이메일 작성하고 보내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으니, 문자도 함께 가르치면 좋을 듯하여 계정 공유만 해줬다.


- command? 그게 뭐야?


"마인크래프트 할 때 쓰는 건데, 엄마는 말해도 이해 안 될걸. 그러니까 엄마도 게임 배우라고 했잖아."


-(아.. 게임 세계를 몰라서 내가 8살에게 무시를 받고 산다니, '게알못'의 세계는 처량하군)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아?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게임하는 거 보면서 배웠지."


- (뭐라고??) 네가 매일 시청하는 그 젊은 오빠들이 나오는 유튜브?


"어. 거기서 배웠는데 마인크래프트 좋아하는 친구들하고 담임 선생님한테도 command 알려주고 있어."


- 헉. 유튜브에서 그런 걸 배운다고?

치즈롤빵.jpg


커피만 마시며 듣고만 있던 남편이 어이없다는 듯 거둔다.

"당신도 매일 유튜브로 요리하는 거랑 빵 굽는 거 배우잖아요. 다를 게 없어요. 왜 게임의 세계를 무시해요? 요리만큼 큰 시장이 게임의 시장이에요."


부전자전이 따로 없구나.

'그래, 아들아 잘하고 있다. 배워서 남하고 공유해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식혜를 벌컥이는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