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를 벌컥이는 수다

식혜 완성 편

by 루아나



"엄마, 이보다 맛있는 식혜는 없어!"


어제 팔팔 끓는 식혜를 한대접 드신 아들의 칭찬이 따라왔다. 의외였다. 평소에 칭찬 날리기에 인색하여 <칭찬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너 칭찬 날리는 거 진짜 잘 배웠다."

란 대꾸에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 대답을 하냐는 눈치다.


평소에 집안일을 조금만 도와 달라치면 질색팔색에 경기까지 일으킬 듯 하던 아들이 식혜 만든다는 말에, "내가 좀 도와줄까?"를 날리니 어안이 벙벙하고 이 아이가 내가 아는 아이가 맞나, 하는 착각마저 든다.


친구 집에 잠마실을 보낼때면 걱정이 앞선다.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가 호스트에게 <진실>만을 말할까봐 노심초사다.


"고맙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예요. 맨 밥만 먹어도 될까요?"


몇 번이고 연습시켜서 보내야 마음이 놓인다. 첨엔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어도 '맛있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거라고 가르치니 맛이 없는 것을 왜 맛있다고 하냐며, 엄마가 왜 그런 '거짓말'을 가르치냐고 역정이었다.


식혜를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아들에게 이때다 싶어,


아들, 사람들은 칭찬의 말들을 좋아해. 상대에게 칭찬하는 것은 '밍밍한 식혜에 설탕'치는 일이야. 평범한 사람들은 서로 조금씩 속이고 아부하고 거짓을 보태며 살아. 그리고 그런 걸 잘하는 사람을 "사회성 좋은' 사람이라고 해. 어차피 상대가 대충 날리는 말인줄 알면서도 좋아하는 거니까 진짜 나쁜 거짓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말이 술술 나오기도 하니까 어쩌면 진실에 더 가까워.



아들에겐 시간이 많고 엄마에겐 아들만큼 시간이 많지 않으니, 언제나 엄마만 애가 탄다. 애가 타면 무리하기 쉬우니 정신을 딴데로 돌리는 일이 필요하다. 아들 칭찬에 힘입어 아침부터 엿기름과 누룩을 검색 중이다.


어제 식혜의 완벽한 탄생을 기념하여 나 이제 술 담글까? 어릴때 엄마가 집에서 술 담그던데...온 집안에 퍼지 던 그때의 시큼한 냄새를 기억하며 담그면 가능할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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