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언어를 점검하는 시간

by 루아나


환ː장, 換腸


명사 1. 비정상적인 상태로 바뀌어 달라지는 것.


아침부터 <환장>을 검색했다.


'외눈박이', '절름발이', '벙어리' 등 국회의원들이 정치적인 의도로 자주 사용하는 각종 표현들이 자주 도마에 오른다. '장애인들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고려해야 하는 표현들인데 이는 비단 정치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를 포함해서 일반인들도 부지불식간에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관용적으로 굳어져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SNS에서 자주 사용하는 <환장하겠네>란 표현이 혹시 누군가를 아프게 하나 싶어서 눈을 뜨자마자 찾아봤다.


'아픈 몸을 살다'란 책을 읽고 관용적으로 내뱉던 <암 걸리겠어>란 말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맹>이란 표현이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하하는 발언일 수 있다 하여 내가 좋아하는 내가 나를 지칭하는 <컴맹>, 나 혼자 장애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을 일컫던 <장애맹>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기가 불편해 졌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개빡침>이나 <개 풀뜯어먹는 소리>란 말을 함부로 못하게 됐다. 물론 멍뭉이가 가끔 말질을 피면 <야, 개망나니야> 소리치곤 한다. 공개적인 글로는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계속 이 정도는 하고 살 것이다. 멍뭉이를 좋아하지만, 저 정도의 말도 못할 정도로 모시고 살고 싶은 맘은 없다.


그래서 하루에 나에게 수시로 엄습하는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순간을 묘사하는 말을 찾다 '미치고'는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거 같아서 <환장>만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혹시 옳지 못한 표현인가, 불현듯 염려가 앞섰다.


사전상의 의미로 보면 아직은 사용 가능해 보이는데, 아무래도 북한식 강력한 어법을 탐구해서 <속이 문드러지고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답답함과 좌절의 순간>을 '뚫어 뻥' 해줄 만한 표현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죽을 때까지 계속 해서 실수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갖고 반성도 하며 살 것이다. 그래서 기쁘기도 하다. 눈 감을 때까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말과 행동을 되돌아 보는 삶이 주어진 것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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