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를 품은 천국 - 포카챠

by 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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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 때 그럴싸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을 하고 나면, 아주 단순한 사각모양의 빵을 갖다 주곤 했다. 어릴때 엄마가 만들어 줬던 술빵 같다고 생각했다. 발사믹 식초에 올리브 오일을 듬뿍 넣은 작은 접시도 딸려 나왔다. 이름은 들어도 들어도 입에 붙질 않았었다.


요즘 빵굽기에 빠진 덕에 그 빵 이름이 Focaccia(포카챠)라는 것을 알았다. 흔하디 흔한 우유나 버터 조차도 사용하지 않는 단순함에 반해 도전을 했다. 대신에 올리브 기름과 올리브는 원없이 사용해도 되니 올리브를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빵이다. 나처럼!


아직은 반죽 발효가 일정하게 나오지 않는 초보인데, 오늘은 처음부터 환상을 초월하는 완성도를 뽐낸다. 심지어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서 장을 보러 나가지도 못하고 부엌에 잡혀있다. 포카챠를 구웠으니 어쩔 수 없이 저녁은 파스타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면 또 어쩔 수 없이 와인을 사러 가야 하고, 디저트를 꼭 먹어야 겠다는 남편을 위해서 로키로드(Rocky Road)를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만들어 냉장고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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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하루에 몇 가지 요리를 해내는 건가, 싶지만 전혀 화가 안난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과 좋아서 하는 일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자고로 오늘의 나를 보면 안다. 빵을 굽기 시작한 후부터 우리집의 저녁 테이블은 상다리가 부러질 모양새다. 매일 갓구운 빵이 놓이고, 홈메이드 식혜가 올라오고, 렌틸 수프가 에피타이저로 나오고. 문제는 음식 때문에 우리 부부는 매일 맥주나 와인을 마시게 됐다. 변명이고 그 전에도 매일 마신다. 원래 멜버른에는 한 시간만 운전하면 와이너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와인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렇게 재밌고 좋아하는 적성을 왜 이제야 찾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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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안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1/3은 올리브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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