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에 만나자

by 쪼비


프랑스에 가기로 했다. 5년 후에.

'무정형의 삶' 때문이기도 하고 '모든 요일의 여행' 때문이기도 한 건 사실이지만 이게 다 김민철 작가때문만은 아니다. 하고 많은 유럽국가들 중에 하필 프랑스여야 하는 이유를 대라면 수십 가지도 더 댈 수 있지만 사실 그건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다. 그냥 프랑스가 당긴다. 그게 제일 솔직한 이유다.


내가 프랑스에 가겠다고 '선언'을 하자마자 내 친구가 "그래 가자"고 한다. 하여간 걘 내가 지 이름만 부르면 뭘 하자는 건지 어딜 가자는 건지도 묻지도 않고 "어 그래 그러자"는 아이다. 일단 그러자고 해놓고 묻는 건 나중이다. 뭘 하든 뭘 먹든 일단 go 다.


사실 '5년 뒤 프랑스' 계획을 세우고 조금 걱정은 했다. '혼자 가기엔 좀 무서운데...'


맞다. 나는 그녀가 내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아프가니스탄을 가도 든든할 것 같다. 덩치도 마음도 라지여서 내가 아주 오랫동안 의지해온 그녀니까.




5년 뒤 프랑스에 가면 뭘 할지도 이미 다 정했다.

가서 아무것도 안 하기로 치밀하게 계획도 다 짜놨고 가서 엄청나게 맛있는 치즈랑 와인도 매일 마시기로 했고 미술관에 가서 오래 서서 실컷 울기로 했다.


5년 뒤에 프랑스에 가야 해서 오늘도 한 페이지라도 프랑스어 공부를 꾸역꾸역 해야 하고 미술관이랑 맛집도 다녀야 해서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수영을 가야 하고 러닝도 해야 한다.


5년 뒤에 프랑스에 가 있을 나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그곳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정하고 친절한 프랑스 사람들은 많이 만나고 있니? 오늘은 어떤 와인을 발견했어? 지난번 그 골목에 오늘 다시 가본다고? "


5년 뒤에 만나자. 나야. 프랑스 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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