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시집을 내 돈 주고 산 적이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이었다. 빽빽한 책장사이에 시집을 들일 생각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고등학생 때 문예부여서 나름대로 시를 많이 접하고 친구들이랑 얘기도 많이 나눴었는데 학교 졸업과 동시에 시집은 내 손길 닿지 않는 곳으로 멀리 밀쳐졌다. 시를 읽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놀기에도 너무 바빴으니까..
날씨가 너무 좋았고 하늘의 구름이 폭신했던 날에 또 운이 좋게도 9월 북클럽 웨비나 현장 관람을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으로 시를 오래 이야기했던 시간이었다.
시를 헤집어서 갈기갈기 찢어놓고 분석하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몹시도 편안했다. 그냥 각자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이훤작가의 말에 적잖이 위로를 받았다.
시는 마음으로 그리고 몸으로 느끼는 텍스트라 앞의 단어와 뒤의 단어를 읽는 사람이 각자의 그릇만큼 연결하면 된다는 말에 앞으로는 내 책장에도 시집이 들어설 공간을 조금 남겨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던 시간이었다.
여러 문학 장르 중에서도 유독 시에서는 여러 가지 인간의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고, 그래서 한 겹이 아닌 여러 겹일 수밖에 없는 사람의 마음을 시는 잘 담아낸다는 이훤 작가의 멘트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시를 읽어 주는 경험을 우리는 살면서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이훤작가님이 책 속의 시를 몇 개 읽어 주셨는데 지나치게 천천히 읽어주셨다. 그 지나침이 오히려 좋았다. 작가님의 입술에서 새어 나온 단어들이 각자의 모양으로 사람들에게 찾아갔을 것이다.
같은 텍스트지만 각자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다 다를 것이고 각자의 세상이 품고 있을 온도에 따라 다 다르게 해석이 되는 게 시의 매력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마침 가을이다.
낯설고 어색하겠지만 가을이라는 핑계로 시집 한 권 사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돌은위로가되지
#이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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