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인연이기도 하다

by 쪼비


여느 아침과 마찬가지로 책을 싸들고 단골 카페에 갔다. 커피주문을 하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하느라 바깥을 보는데 사장님께서 책 한 권을 조심스레 내미신다.


"어제부터 요기 앞에 한 달 동안 야외 도서전이 열리잖아요. 여기 참여하신 작가님이 커피 드시러 오셨다가 선물하고 가신 책인데, 제가 읽어보니 너무 좋았어서요. 한번 읽어보실래요?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


누군가가 내 취향을 짐작하여 권유해 준다는 건 얼마나 따스한지 모르겠다. 마음이 저절로 부풀어 오른다.


책을 펼치는 순간 단박에 알았다. 내가 좋아할 책이라는 것을. 책 속에는 낯선 나라의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스히 옮겨 놓은 작가의 시선이 있었다.


"마침 저기밖에 작가님이 계시네요. 행사 준비하시느라 오늘도 오셨네요."


얼른 커피 한잔을 사서 그 작가님 곁으로 조심스레 갔다. 낯선 이가 내미는 커피에 눈이 동그래진 작가님께 작가님 책 덕분에 위로를 받았다고, 그래서 너무 고마운 마음에 드리는 것이니 커피 한잔 드셔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맺어진 우연한 인연이 도서전 마지막날에도 이어졌다. 커피 한잔 마시고 수영을 가야겠다 싶어서 카페에 들렀는데 작가님께서 카페로 들어오신 거다. 내가 너무 반가워서 알은체를 했는데 작가님도 날 기억해 주시는 게 아닌가.


"내일이 도서전 마지막날이에요. 제가 내일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해요. 시간 되시면 오세요. 내일은 박준 시인님 모시고 이야기 나눌 거예요."


영광스럽게도 작가님께서 직접 초대해 주신 거니 안 갈 이유가 없다.


그렇게 나는 작가님과 마주 앉은 채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작가님의 초대로 평소 좋아했던 박준 작가님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무채색으로 채워졌을지도 모를 나의 10월 어느 주말이 살아가면서 내내 꺼내볼 수 있을 법하게 풍성하게 채워졌다.


"저는 10년에서 15년 정도 일을 하면서 계속 작품활동은 할 생각이에요. 물론 여행도 꾸준히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책도 내겠죠. 은퇴하고 나서는 작품활동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저의 65세, 70세, 75세가 너무 기대가 돼요. 오롯이 제가 좋아하는 여행, 사진,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잖아요. "


나이 듦을 서글퍼하는 게 아니라 벅찬 기대로 설레어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작가님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저런 마음이어야겠다.

나도 저런 설렘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야겠다.


그래, 그러자.

그래, 우리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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