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이라는 이름과 더없이 어울리는 10월이다. 열 두 개의 달 중에서 유난히 10월은 괜스레 책을 만지작거리게 하는 그런 달이 아닌가 싶다.
이번 10월의 큐레이터는 무려 '혼모노'로 유명한 성해나 작가님. 그녀가 추천한 책이라 더 궁금함을 가지고 읽었던 미아모토 테루의 '오천번의 생사'.
성해나 작가님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 '오천번의 생사'는 나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괜스레 뿌듯함 마저 들었다. 미아모토 테루가 자신의 책을 읽을 독자가 건져 올려 주길 바랐음직한 메시지가 이거였을까 혼자 상상하며 읽다가 성해나 작가님이 '그래 그거 맞아' 하고 동그라미 쳐주는 느낌이라 또 혼자 속으로 칭찬받은 아이처럼 좋았다.
'오천번의 생사'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 '눈썹 그리는 먹'이 정말 좋았다는 작가님의 말에 '저도요 저도 그랬다니까요'라고 소리 내어 말할 뻔했다.
성해나 작가님이 바라본 '눈썹 그리는 먹'은
- 나이가 든다는 건 옛 시절의 비애가 약간 뭉개진다는 것과 같다.
- 절망한 사람이 눈썹을 그린다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썹을 그리는 모습을 통해 끝까지 자신을 지킨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 담담해서 외려 더 슬픈 작품이다.
였다.
내가 왜 이 작품에 유독 마음이 오래 머물렀는지 생각해 봤는데 지난겨울 끝날 것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낼 때가 떠올라서였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눈썹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매일 눈을 떴을 때 해내야만 하는 일들 앞에서 마냥 나를 놓을 수는 없었고, 그 절망 속에서 나를 매몰시키고 싶지가 않아서 현실을 조금 외면하는 의미에서 더 잘 먹으려고 애썼고, 억지로라도 나를 웃게 만들었고, 평소 하던 대로 하던 걸 빠짐없이 하려고 꽤나 처절했다.
사람은 자기와 닮은 것에 시선이 가고 마음이 오래 머문다. 작품 속 인물이 어떤 마음일지 가늠이 되면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한번 안아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내가 유독 오래 머물렀던 작품을 '길게' 이야기해 주신 성해나 작가님 덕분에 괜스레 내가 위로를 받은 시간이었다.
성해나 작가님의 말씀처럼 10월의 책 '오천번의 생사'는 흔들리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우리가 떠안고 어쩌지 못하는 숱한 인생의 고민들을 그저 사사롭게 만들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이 잘 살아가보자'라고 얘기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 지나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다정'과 '상냥'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애잔하고 보자기 같이 얇더라도 우리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다정함과 상냥함이 간절하다. 작가님의 말처럼 타인에게 상냥해지는 일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만 더 상냥해지고 다정해지면 참 좋겠다. 그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내가 남에게 다정해지면 그 다정을 제일 먼저 받는 건 나니까.
'삶을 너무 중대하고 무겁게 바라보고 꽉 움켜쥐려고 하면 외려 빠져나가는 게 더 많아진다. 삶을 조금은 느슨하게 떠안고 살아가보자'는 작가님의 마지막 말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즘 들어 조금씩 덜어낼 건 덜어내고, 내 마음이 어딘가에 묶이지 않게 느슨하게 사는 법을 터득하는 중인데, '그래요, 그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잘하고 계신 겁니다'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신남'을 잔뜩 안고 집으로 돌아와 밤새 벅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