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마주치면 인연이다

by 쪼비


20년쯤 한 동네에 살다 보면 오며 가며 마주치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10년은 족히 넘도록 동네 오가며 눈인사도 하고 어떤 날은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 건네는 한 분이 있다. 그런데, 도무지 나는 이분을 어떻게 알게 되어서 인사를 하게 되었는지를 모르겠다. 같은 학부모로 만난 건 아닌 건 분명하고 동네에서 모임으로 친해진 것도 아닌데 도대체 내가 어떻게 이 분과 인사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애매하게 반가운 사이로 지낸 지 10년쯤 되니 이제는 물어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침 집 앞 상가에서 그분을 또 마주쳤다. 반갑다며 잘 지냈냐는 인사와 함께 용기를 꺼냈다.


"그런데.. 저기..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을까요? 제가 기억이 안 나서요. 죄송합니다 "


그분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천천히 우리 인연의 시작을 꺼내셨다.


어느 날 그분의 둘째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가방 끈이 자전거 바퀴에 걸렸고 그 바람에 넘어졌는데 마침 내가 지나가고 있었고, 다친 둘째 아들의 상황을 내가 전화로 알려주었다는 거다.


그래서 그분이 아이를 데리러 나오셨고 그때부터 우리는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건데, 솔직히 나는 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오늘 아침 또 그분을 집 앞 건널목에서 마주쳤다. 곧 카페를 인수하게 돼서 쿠키랑 휘낭시에 만드는 거 배우러 가는 길이라 셨다. 그분이 말씀하신 카페이름을 찾아보니 마침 아침 8시 오픈하는 카페다. 내 단골 카페가 또 하나 더 생길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분이 곧 주인장이 될 카페에 들렀다.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시는 그분 표정에 환대받는 기분이라 나까지 기분이 환해졌다. 일부러 찾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시작으로 새롭게 본인 가게를 꾸려갈 생각에 너무나 설레는 요즘이라며 소녀처럼 화사하게 웃는 그분 얼굴에 이유 없이 울컥해졌다. 너무 좋아 보여서, 행복해 보여서, 그리고 설렌다는 말이 아름답게 들려서...


자주 와서 그분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나도 행복해져야겠다.


꾸 마주치면 인연이라더니 진짜 그런 거 같다. 옛 어르신들은 어쩜 틀린 말은 하나도 안 하셨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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