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같은 다정함

by 쪼비


"여러분 잘하고 계세요"

아홉 글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심지어 나는 맨 앞자리라 이금희작가님 숨소리까지 다 들리는 거리인데 혹여나 내 눈물이 들킬까 봐 얼른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금희 작가님이 큐레이션 한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은 '조선'이라는 단어와 '아인슈타인'이라는 인물의 어색한 조합 덕분에 오히려 궁금해진 책이었고, 이금희 작가님이 과학책을 큐레이션 했다는 사실에 더 궁금해졌다.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나라 잃은 민족 유대인이 어떻게 과학으로 나라를 되찾는지 파고들었고,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과학 스타 아인슈타인에 주목하고, 또 열광했다." - P.81


아인슈타인과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이미 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고, 일본으로 초청된 아인슈타인을 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네가 그를 조선으로 초청해 강연회를 열자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으나 아인슈타인의 몸값을 감당하기에는 그 시절 우리 조선은 너무나 가난했다.


서양의 쳬계적인 교육은 받지는 못했고 너무나 가난했지만 향학열이 굉장히 높았던 민족.

우리나라는 우리 선조 때부터 공부도 좋아하고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고 밥도 엄청 많이 먹는 (이 책에 고봉밥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멋진 민족이었던 거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무기력하지 않았다." -P.293


책 속 한 문장을 딱 꼽으라면 나는 바로 이 문장을 꺼낼 것 같다. 그런 멋진 선조들의 자손이라는 사실에 부심이 하늘을 찌르면 좀 어떤가. 우리 선조들이 이렇게나 멋진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서 속상하기까지 한데.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는 전혀 기록되지 않은 우리 선조들의 기갈나게 멋진 향학열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하나하나 발견해 가는 과정은 소름이 돋기도 했고 자부심에 벅차올라 괜스레 나 혼자 어깨뽕이 올라가기도 했다. 김소영 대표님의 말처럼 이 멋진 선조들의 이야기를 왜 이제야 우리는 알게 되었는지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모든 학문은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그 학문을 잘 번역해서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번역해서 전달해 주는 커뮤니케이터가 중요하다는 이금희 작가님의 말에 많이 공감이 갔다. 이 책의 저자 민태기 박사님은 그런 의미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눈높이에서 잘 번역해서 잘 전달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진다면 우리 피 속에 녹아있는 뜨거운 향학열을 마음껏 분출하며 신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금희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는 그 한 시간은 팟캐스를 듣는 기분이었고, 또 라디오를 들으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은 기분이었다. 마지막에 이금희 작가님 신작에 사인을 받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작가님께 심리상담받은 기분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인을 하느라 책에 두었던 시선을 거두시고 나를 쳐다보시며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씀해 주셔서 내가 오히려 더 감사했다.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낸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을 거예요. 우리 중에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는 우리에게 꼭 이런 말을 해줘야 해요. 참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줘야 해요. 애썼다고,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꼭 말해줘야 해요. 그리고 조금 무기력해도 괜찮아요. 무기력하면 안 된다는 건 사회의 기준인거지 내 기준은 아니잖아요. 오늘 좀 쉬고 싶으면 그렇게 내 마음 끄는 대로 쉬어도 됩니다. 내 기준에 맞추어서 나를 잘 돌봐줘야 합니다. "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잘해줘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작가님의 말덕분에 집으로 가는 내내 발걸음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벅차올라서 내 발이 땅에 닿지 않고 둥둥 떠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시간들 덕분에 나는 또 한 동안은 살아갈 힘을 얻는 거겠지.



오늘 이금희 작가님이 우리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을까?


"여러분, 살아있다는 거, 그걸로 충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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