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 또 어디선가 읽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어디에선가 분명히 내가 보았음직한 이야기들이었다.
경비원은 사람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아파트 주민이 '사과'를 요구하면 없는 진심을 쥐어짜 내 경위서를 써야 하고, 육체노동자의 삼시 세끼는 배려받지 못한 채 비참해야만 하는 현실 고증의 날것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너무나 사회 돌아가는 걸 몰랐다는 부끄러움이 오래 머물렀던 책이다.
고된 노동의 흔적조차 따뜻한 물로 마음껏 씻어낼 수 없고, 아프면 잘릴 걱정부터 해야 하고, '사람'이면 응당 누려야 할 가장 기본값인 '어느 정도 깨끗한' 근무 환경은 사치처럼 여겨지는 노동환경 속에서 묵묵히 견디고, 처참하고 서글프게 버틴 작가님의 그 시간들은 내 마음속 잔존해 있던 불평불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육체적 고단함도, 정신적 학대도 나이를 먹으니 견딜 수 있게 됐다. 나이에는 그런 힘이 있다. 나이가 들면 견뎌야 하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고령자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더 주신 걸까. 그러나 견뎌야 할 것들은 참 많았다." - P.250
"생명이 위협받는 엄혹한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났다. 지금 내 노동의 강도와 환경은 그대로지만, 이런 깨달음 덕분에 이젠 덜 힘들다. 이 점이 더욱 감사하다." - P.258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늙은 어머니, 아버지들, 수많은 임계장들의 이야기를 본인의 노동 일지로 대신 전해 보고자 써낸 것이니 이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끝까지 자식들 마음 아플까 봐 걱정하는 그의 마지막 문장에 결국은 울어버렸다.
이 책 덕분에 늘 곳곳에 공기처럼 계셔주셨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얄팍할지라도, 혹은 그러다 말지라도, 나는 그들에게 그간 모른 체 편히 살아와서 미안했다는 마음 정도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땅의 모든 임계장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려본다.
#임계장이야기
#후마니타스
#조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