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시작하고 수영만 패고 있는 요즘 러닝을 살짝 등한시하고 있었는데, 내년에 있을 마라톤 접수에 쓸데없이(!) 당첨돼버렸다. 그것도 무려 하프라니..
매번 10KM 대회만 나갔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일단 내년에 하기로 했다. 지금 걱정한다고 하프가 뛰어질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내 운동 스승님이 내준 러닝 숙제를 받아 들고 내일 뛰고 나서 인증하겠노라 다부지게 다짐을 했는데 사람일은 참 계획대로 안된다. (그러니까 그냥 되는 대로 살으라는 선우용녀 님의 말이 맞다니까)
감기몸살에 된통 걸려버렸다. 오랜만에 아파보는 거라 낯설다. 밀린 책을 읽다가 약에 취해 잠들고를 반복하다가 스승님이 꼭 한번 보라고 했던 [달리는 사이]를 정주행 했다. 분명히 내가 좋아할 거라고, 확실하다고.
- 내가 뭘 좋아하고 내가 뭘 잘하고 이런 거를 하나하나 다 알아줘야 해.
- 내가 내 기분을 맞춰줘야 해.
- 어떻게든 살아내자고 말하고 싶어.
- 나도 열심히 살아갈 거고 난 진짜 살 거야.
- (지금이) 올해 중 가장 답답하지 않은 순간이었어.
- 나를 위하는 마음을 처음 느꼈어요.
- 내가 나를 배려해 주고 내가 소중하다는 걸 나에게 알려줘야겠다.
- 진짜 행복해지겠습니다.
3박 4일 동안 함께 모여 같이 달리고 나서 그녀들에게 달리기가 무엇인지, 어떤 게 남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그녀들이 잔잔히 털어놓은 대답이다.
보는 내내 많이 울었고, 많이 채워졌다. 내가 달리면서 느낀 걸 그녀들도 똑같이 느꼈다는 게 참 신기했고 또 참 좋았다.
마라톤대회 나가서 출발과 동시에 눈물이 터진 적도 많았고, 달리면서 나도 잘 모르겠는 감정 때문에 울면서 뛴 적도 많았다.
하지만 다 뛰고 나서 드는 감정은 한결같았다.
'아, 너무 좋다. 감사하다. 더 잘살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가끔 묻고는 한다.
왜 그렇게 달려요? 왜 그렇게 수영을 열심히 해요?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정확하게는 나도 모르겠지만,
달리고 수영하고 운동하는 건 내가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방식인 것 같다.
오래오래 나는 나에게 다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