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작가 Oct 12. 2020

난 예쁘다

어린이집을 나갈 때조차 옷이 별로 없다. 늘 같은 짧은 트레이닝 바지 한 벌에 티셔츠만 이따금 돌려가면서 입고 있는 중이다. 가끔씩 신랑 옷을 입을 때도 있다. (사실 많다.) (신랑은 싫어해서 몰래 입는다.) (그런데 잘 맞는다.)



물론 전혀 마음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그 하루가 많이 신경쓰이고, 가끔 까페라도 가려고 했을 때 전신 거울 속 비춰지는 내 모습이 조금 비루해 보일 때, 내가 너무 이 청춘을 낭비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왜 이쁜 얼굴을 그렇게 안 꾸미고 다니냐고, 칭찬인지 욕인지, 기분이 좋다가 말다가 하는 그런 엄마의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미용실 아주머니가 자꾸 '아무리 아이를 낳은 애엄마라도 이 나이에 더 꾸며야지!' 하고 꾸짖으셔서, 그렇지만 그런 모습을 늘 보여드리지 못해 민망해서, (마치 숙제 안 했을 때 선생님 앞에 서기 싫듯이) 미용실을 가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차라리 결혼도 조금 늦게 하고 아이도 평균적인 속도에 맞춰 나았으면 덜 했을까, 괜히 20년 전 결혼/출산 연령 평균에 합류하여 자꾸 내 나이를 언급하며 아줌마 스러움을 지적 당할 땐, 내가 지금 결혼을 안 한 화려한 싱글이었다면 어땠을까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



그럼에도 너무나 다행인 것은 '저 꼴은 이래도,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어요.' 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무언가도 아니다. 그래서 아직도 그 얘기를 끄내기에는 뒷심이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이 마저도 없었던 이전의 나를 나는 알기에 난 상당히 자랑스럽다.



어릴 때부터 늘 잘 하고 싶었던 것은 잘하려고 노력하는 이 순간이 사실 난 꽤 자랑스럽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평범하고 안정적인 회사원이 꿈이에요' 만 늘어놓았던 이십대보다, 친구들이 벌써 취직을 했나 얼마를 버나 두리번 거리던 청춘보다, 진짜 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지금의 내가 훨씬 더 청춘 같다.



공부가 좋다고, 몰입하는 이 순간이 미친듯이 좋다고, 그 재수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을 수 있는 지금의 내가, '호불호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특별히 미친듯이 좋아하는것도 없어요.' 라고 말했던 그때의 나보다, 정말이지 훨씬 좋다.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어서, 비록 옷을 살 여건이 되지 않아도, 이 나이대에 어울리는 피부와 몸매를 지니지 않아도, 화장을 뽀얗게 하지 않아도, 대충 립스틱만 바르고 흰 티를 입은 내가 예쁘다.



그 시간을 쪼개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내 인생을 어떻게든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거울이 비추지 못하는 나의 그 부분이 정말 예쁘다.



다른 이의 눈에 나는 그냥 지나가는 동네 아줌마 1 이겠지만, 내 눈에 나는 화려한 싱글보다 더 화려한, 찬란한 삼십대를 지금 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 

작가의 이전글 우리집 간호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