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아트리포트

47호_효정씨

by 윤혜경


요즘 하는 생각








7월 1일 화요일


며칠 무력감이 들었다. 잠을 줄여 운동을 하고, 빠듯한 일정을 유지하며 작업하고, 작품을 발표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애를 쓰고, 원하고, 기뻐하고, 실망하고, 또 다른 것을 꿈꾸고, 타인의 배려와 세심함에 감동하고, 타인의 몰랐던 장점을 발견하고… 그런 작은 기쁨이 삶을 살아가는 목적이나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일의 성공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의아했다. 그리고 물론 될 수 없겠다 답이 따라왔다. 갇힌 공간에 앉아 며칠 고민한 것 같다. 조금은 허무한 기분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나는 어쩌면 삶을 열심히 살아는 가지만 삶 자체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삶 속에 해야 하는 행위들에 목적의식을 가지고 타고난 기질대로 밀어붙이는 것 외, 삶 그대로의 삶을 사랑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책이 생각난 이유는 사랑하는 것은 하나의 기술이며 사랑은 이론뿐만 아니라 실천까지 숙달해야 한다. 는 문장 때문이다. 사랑은 그저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라 실천까지 숙달해야 한다니 내 삶을 사랑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 책이 힌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그 책이 대출 가능 한지 찾아보고는 혜경 씨와 12월 전시 미팅을 시작했다. 미팅이 중에도 내 고민은 회의의 흐름을 중간 중간 끊었다. 혜경 씨는 함께 일 하는 동료이기 전에 가까운 친구이기에 서로의 고민을 자주 얘기해 왔다. 혜경 씨 요즘은 사는 거 어때요? 하고 물었는데 주춤했던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미팅을 뒤로 하고 삶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다. 쉽게 찾을 수 없는 답을 두고 우리는 현재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것이 채워지면 삶의 가치가 채워질지, 그렇지 않을지, 얘기하다가 이 질문을 외면 하거나 뒤로 제쳐두지 않고 해답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비엔느와즈리 리에에 46호를 가져다 두러 공유 오피스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점심 식사하러 거리로 나온 직장인들과 도로 위의 자동차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이 대기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기 속 소음은 순간 내 감각을 생생하게 깨웠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과 사물들이 세상을 생기 있게 돌아가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건물 밖에서 느껴지는 높고 넓은 공간감. 그 속에 삶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게 삶처럼 보였다. 아! 이렇게 생기 있는 것이 삶일까? 삶의 아름다움, 그 가치가 이런 것에 있는 것일까? 어쩌면 자연으로 가면 더 자주 더 쉽게 삶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했다.




5분 전의 질문에 작은 실마리가 되어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리에에 들러 46호를 배치하고 좋아하는 쿠키와 소보로를 두고 고민하다 쿠키를 샀다. 직원분과 인사를 하고 리포트가 앞으로 7일, 17일, 27일 한 달에 3번 발행될 거라고 안내하며 가볍게 안부를 나눴다.




헤어 스타일이 멋지네요. 원피스 색이 예뻐요.




유쾌한 칭찬을 나누던 중 손님들이 들어와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하고 가게를 나오는데. 온몸이 찌릿했다. 아! 어쩌면 사람들이지 않을까? 답은 어쩌면 사람에 있지 않나 생각했다. 가볍게 나누는 안부 인사 속에, 서로 반기는 얼굴 속에, 마주하고 교류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말속에서 서로의 가치를 찾아주고 알아주는 것에 삶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7월 2일 수요일


피로가 쌓였는지 달리기도 하지 않고 아침잠을 더 잤다. 한 시간 정도 더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출근하기를 열흘정도 하니 다시 몸에 에너지가 채워졌다. 그런데 며칠 전 생각이 이어졌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떠나 삶이라는 것이 무언일까 하는 질문이 마음에서 생겨났다. 누구와 얘기를 나눠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사람들을 떠올려 봤다.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었지만 5년은 족히 연락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러다 건물 밖을 나오니 어깨 위로 아무것도 얹힌 게 없는 개방감이 시원하고 자유로웠다. 대기 소음이 내가 현존하고 있구나 다시 느끼게 했다. 더운 여름에 실내는 쾌적하지만 왜인지 습하고 더운 공간에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5일 토요일


2주 만에 아침 달리기를 나갔다. 한동안 쉬어서 그런지 확실히 컨디션이 좋았다. 상암 노을공원을 달리는데 무성한 잎들이 싱그러웠다. 빽빽하게 채워진 나뭇잎과 풀들이 하나 같이 다른 초록색을 띄고 있었다. 습도가 높아서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더 존재감 있게 느껴졌고 덕분에 다시 여기에 내가 있구나 하는 느낌에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일까 더운 공기 속에 있는 게 뭔가 좋았다. 마음에 품고 있는 삶’이 아직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하고 선명한 삶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삶 속에 선명하게 있었다








▲ 여름 이미지들을 스케치하면서 아마 더 진행시키지는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미지들을 스케치하다가 단순히 좋다는 감상으로는 그림 그리는 수고를 끝까지 하기가 어렵구나 느꼈다. 수박을 그려야 하는 당위가 내 안에 없으니 시간과 노력을 들여 더 구체화되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여름 도전 원래가 어릴 때부터 새벽과 이른 아침을 참 많이 좋아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작업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여름, 여름동안 이른 아침을 경험하는 기회를 내게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컨디션이 예전처럼 돌아와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싶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아침 6시 30까지 출근하기로 계획해 본다.




혜경 씨가 효정 씨에게 질문합니다.




1>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사는 동안의 탐험 주제인 것 같아요.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살아있지 않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려울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삶을 다 살아내고 알고 싶지는 않아서 그게 뭔지, 살아가는 의미나 가치 외로 삶 자체로서 삶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질문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하겠죠? 제가 내리는 살아있다는 정의, 생물학적인 거 말고요. 그건 정신과 몸 그리고 마음에 활력과 생기가 있는 상태 같아요. 그렇지 않은 건 반대고요.




2> 여름 이미지의 그림들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니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너무 궁금하고 기대했거든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싶다는 말도 울림이 있었고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주실 수 있나요?




모든 작업이 그렇겠지만 그림도 그리는데 많은 노동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요. 그 수고와 노동을 이끌어 갈 만큼의 그려내고자 하는 것에 대한 내면 욕구가 있어야 그 작업에 착수가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여름이 아니라 여름과 관련된 다른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걸 여름 이미지에 관심이 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는 것 같고. 우선은 지켜봐야죠. 저를.




3>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 같지만 어찌 보면 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No01 스케치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선량한 사람들을 생각했어요. 사람들마다 살아가는 제 각각의 세상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구분 짓는 큰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인적 환경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드는 것 같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의 세계를 끌고 다니면서 또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그렇게 세상은 여러 레이어로 겹쳐지고 엉키는 것 같아요. 그런 세상?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케치했어요. 직관적으로 떠올라 스케치한 거라 저도 제 생각과 느낌을 더 살펴봐야 큰 작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주간아트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