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적 삶에서 벗어나는 법
사람들이 어떤 시작과 끝을 두려워하는 건, 관성적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저 해왔던 대로 살아가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걸,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삶에서 권태를 느끼는 것도 바로 이 관성에서 온다. 하던대로 사는 삶은 안정되지만, 피할 수 없는 권태를 가지고 온다.
관습화된 성실함으로 무장해 왔던 나에게 서른은 그래서 고비였다.
주변 관계들이 무너졌고, 가족이 없어졌고, 내가 의미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라졌다. 나는 이 삶을 버틸 수 있을까. 두려워하며 항상 안정만을 추구했던 삶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그나마 내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던 것도 손에서 놓아버렸다. 하지만 이상하다. 괜찮다. 가볍다. 원하던 자유는 아니지만 이 자유가 조금은 달콤하게 느껴진다.
내 안에 깊숙히 존재하던 불안은, 그동안 어떻게든 지켜오던 내 삶이 사실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음을, 내가 가장 먼저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켜야 할 껍데기조차 사라진 지금, 나는 자유롭다.
내가 지켜야 할 건, 실존하는 어떤 것들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가야 할 삶의 방식이다. 껍데기는 무너져도, 나는, 나의 가치는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괜찮다.
그렇게 점점 두려운 게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관성의 삶에서 조금씩 벗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