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여러모로 뾰족한 한 달이었다. 예기치 않게 본가의 주거 문제가 터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으려 하다 보니 리모델링 견적도 받게 되고, 이사할 지역도 부랴부랴 물색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멘탈이 무척이나 흔들렸다. 은행 대출이 잘 나오는 직장인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해당 문제는 6월 초가 되어서 일단락되었지만(해결이라기보다는 유예...) 5월 한 달간 우울과 무력에 자주 휘청였다.
이번 일로 깨달은 건 두 가지다. 나는 여전히 집안 문제에 크게 휘청인다는 것과 무소속 근로자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굉장히 취약한 입장이라는 것.
돌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특히 그게 집안일이라면 나는 '걱정과 불안'이라는 감정에 갇히고 만다. 아마 내가 움켜쥔 돈을 혹여나 쓰게 될까 걱정하는 옹졸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되어준다는 걸 실감한 5월.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면 이런 사건을 겪고 독기가 생길 텐데, 어쩐지 나는 허망한 심정으로 원점에 선 기분이다. '모든 것이 다 싫다'라는 치기 어린 감정을 5월 말이 되어서야 애써 잠재웠으니까.
조금씩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힘이 나진 않는다. 무엇이 됐든 일단 속도는 생각하지 말아야지.
5월 말엔 퇴사한 회사의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 업무에 대한 노고를 치하(?) 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정작 나는 떳떳할 수 없었다. 하필 그즈음에 올린 게시글의 조회수가 유독 낮았기 때문.
민망한 숫자를 확인했음에도 전 상사는 생각보다 의연했다. 포스팅 제목의 키워드를 개선하고 조회수 낮은 글을 내부 링크로 유도하겠다는 내 제안에 쉽게 고개를 끄덕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웠던 건 식사 후에 들은 제안이었다. 다음 달부터 포스팅 횟수를 늘리고, 건당 비용을 올려주겠다는 게 아닌가. 그는 내가 노션으로 운영 방식을 만들어 꾸준히 게시글을 작성하고 있는 사실을 생각보다 높이 평가한 듯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에게 받은 선의.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덕분에 나의 외주 수익은 두 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물론 이 조건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감사함과 책임감만큼은 가득 충전되는 사건이었다. (노션 하이라이트 페이지에 기록까지...!)
내 업무 태도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과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