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지난주에 마친 X배너 디자인을 인쇄용 데이터로 변환해 클라이언트에게 넘겼다. 데이터를 전송하고 창을 닫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개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프리랜서 준비생의 보람은 딱 거기까지. 마감의 여운을 즐기기엔 다음 일감이 정해지지 않은 공백이 더 크게 다가왔다.
서둘러 플랫폼을 돌며 견적서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주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정성껏 산정한 견적을 확인한 고객들은 하나같이 답이 없었다. ‘읽음’ 표시 뒤에 따라오는 침묵이 길어질수록, 내가 만든 단가표가 시장의 문턱보다 조금 높았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자꾸만 가격에서 대화가 끊기는 현상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관리의 편의를 위해 난이도별로 쪼개두었던 가격표를 다시 펼쳤다. 고객 입장에서 직관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고, 고민 끝에 단가표를 하나로 통합했다.
여기에 한 가지 결단을 더했다. 그동안 공수가 많이 들까 봐 미뤄두었던 인쇄 공정을 내가 직접 핸들링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 회사를 제휴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 몸은 편하겠지만,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결국 내가 조금 더 움직이고 고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수정된 단가표를 들고 상담을 이어갔지만, 어쩐지 이번 주는 성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불안을 잊는 유일한 방법은 작업뿐이기에, 아무도 시키지 않은 가상의 ‘학원 전단지’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렇게 무보수 작업에 몰두하던 이틀째 날, 믿기지 않는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몇 주 전 현수막 디자인을 맡겼던 고객이었다. “월 고정으로 건수를 지정해 디자인을 맡아주실 수 있나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사실 당시 작업하며 가볍게 언급되었던 이야기였지만, 나는 백 퍼센트 믿지 않았다. 겨우 작업 하나를 해본 사람에게 던질 법한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정리되면 연락하겠다”는 그녀의 끝인사를 나는 흔한 예의상 멘트로 치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정말로 내용을 정리해 ‘제안’을 들고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그 뒤로 내부에서는 폭풍이 일었다. ‘벌써 이런 제안을 받아도 되나? 병원 홍보 인쇄물은 포트폴리오에도 없는데?’라는 외침이 속에서 터져 나왔다. 메시지 창엔 침착하게 대답을 적었지만, 모니터 밖의 내 심장은 벌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회 앞에 계속 머뭇거릴 순 없었다. 상대방도 월 계약이 처음이라 표준 계약서가 없다는 말에, 나는 마치 이런 일이 익숙한 전문가인 양 이렇게 대답해 버렸다.
“제가 직접 계약서를 준비해 볼게요. 함께 검토하면서 조건을 협의해 보는 게 어떨까요?”
그 뒤로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른다. 제미나이와 GPT를 번갈아 돌리며 계약서 초안을 짜고, 혹여나 놓치는 조항이 있을까 웹서칭을 부리나케 이어갔다. 혼자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이전에 가입해 두었던 프리랜서 모임 운영자에게 개인 채팅으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 정도 조건이면 열악한 편은 아니네요.”라는 경험자의 한마디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일 년 전, 전 직장의 외주 포스팅 계약서에 서명할 때도 떨렸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두 배는 더 떨렸다. 서명은커녕 초안만 작성했을 뿐인데도 이렇게 요란을 떨어도 되나 싶긴 한데, 떨림을 막을 길은 없었다.
계약서 초안을 고객에게 보내기로 한 데드라인은 다음 주 월요일이다. 사실 이 제안이 최종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갑작스러운 행운은 언제든 갑작스럽게 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길 바라진 않지만 혹시라도 무산된다면 그건 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것이다. 많이 실망하겠지만, 안타까워하는 대신 더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겠지.
그래도 이번 주를 지나며 마음속에 이 문장 하나는 깊이 새겨졌다. ‘애매한 인간에게도 기회는 언제든 온다.’
너무 비장한가. 하지만 정말이다. 스스로의 실력을 의심하며 아무도 시키지 않은 전단지 시안을 붙잡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손을 내민 순간은 쉽게 잊을 수 없다.
과연 다음 주엔 어떤 결론이 나 있을까. 기왕이면 무사히 계약을 마쳤다는 소식을 들고 올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무쪼록 다음 주에도 무사히 이곳에 생존 기록을 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디자인] 이번 주 작업 목록
ㆍ학원 홍보용 전단지 디자인 진행
[판매 준비] 기본 세팅 및 인쇄 샘플 신청
ㆍ디자인 정기 용역 계약서 기본 세팅 완료
ㆍ설 연하장 카드 지류 샘플 신청
[채널 운영] 블로그 기록
ㆍX배너 디자인 후기 : 티스토리ㆍ네이버 블로그 업로드
ㆍ3단 접지 리플릿 샘플 2종 비교 포스팅
[외주 작업] 전 회사 블로그 운영
ㆍ블로그 포스팅 7건 예약 발행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