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로 장사하시나 봐요"라는 말을 들었다.

by 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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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나 늘어난 일감, 그러나

총 4건. 이번 주 수주한 디자인 개수이다. 보통 한두 건에 그쳤던 지난날과 비교하면 무려 두 배나 늘었다. 숫자 자체는 소박할지라도,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 있어야 하는 프리랜서에겐 꽤 유의미한 성적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기록된 정산 관리 페이지를 확인하자 생각이 많아졌다. 이번 주 진행한 4건의 수익을 모두 합쳐야 겨우 리플렛 1종 견적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번 주는 저단가 품목만 의뢰가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낮은 단가로 제안한 일감만 수주되었다.




지난주, 최종 견적을 안내하자마자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고객의 영향이 컸던 걸까. 신규 고객과의 상담은 전보다 편해졌지만, 이상하게 가격을 제안하는 순간만큼은 자주 주춤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는 견적표에 적어둔 하한선 부근만 맴돌며 가격을 제시했다. 결국, 한 주 동안 벌어들인 소득은 그 결과였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소극적으로 어필한 결과. 현수막 디자인으로 이번에 새로 거래하게 된 한 고객은 나에게 "박리다매로 장사하시나 봐요"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한때 영업 좀 해봤다고 '저도 경험을 쌓는 중이라 고객분들께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서요'라는 말이 기침처럼 튀어나왔다.






사실 그게 내 진짜 속마음

적당한 대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답변이 당시 나의 진짜 속마음이긴 했다. 지금의 나에겐 당장의 수익보다 디자인 작업 기회가 더 소중했으니까. 어떻게든 내가 필요한 고객과 연결되고 싶었다. 숨고를 통해 유료 견적서를 보낼 때도 세뇌하듯 이 문장을 속으로 되내곤 했다.

나는 지금 '디자인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찾게 만드는 중이다.......

그 주문이 통한 것일까. 신기하게도 몇 가지 좋은 조짐이 있었다. 박리다매를 언급했던 바로 그 고객이 내가 작업한 시안을 받고 긍정의 말들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업체의 홍보물 담당 중개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속적으로 믿고 맡길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고, 내 번호를 물으며 앞으로도 계속 의뢰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통화로 리플렛 단가도 물어보고, 곧장 내 카톡 채널을 추가하시기도 했다.




사실, 그는 신규 디자인을 원한 게 아니라 본인이 캔바로 작업한 결과물을 인쇄용에 맞게 변환하는 작업을 의뢰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최저가로 가격을 제안했는데, 가격보다 내 작업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요청하지 않았지만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려고 서체와 색상을 변경해 시안 하나를 더 전달했던 점 말이다. 보통 이런 경우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만든 초안을 유지한 버전을 선택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놀랍게도 내가 별도로 작업한 현수막을 골랐기 때문이다. 이후 통화에서 여러 차례 웃음이 오갔다. 각자의 휴대폰에 서로의 번호를 남긴 작업이 어느새 두 번째. 내 휴대폰에 그의 이름이 뜰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번에도 예감이 좋다.






주말 작업이 억울하지 않은 이유

그 외에도 기업 고객과의 첫 거래 역시 큰 수확이었다. 담당자가 의뢰서에 타이트한 예산과 주말 작업 요청을 직접적으로 제안한 건 걱정스럽긴 했지만, 꼭 거래가 체결되길 원했다. 퇴사한 회사에서 꽤 많이 다뤘던 배너 품목이라 잘 해낼 자신이 있어서다. 간절함 덕분인지 다행히 거래는 수월히 성사되었다. 심지어 디자인 상담 후, 제안한 숫자보다 소폭 인상한 금액으로 최종 견적서를 보냈음에도 이의 제기 없이 작업 자료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 일감이 유독 특별하게 다가온 건, 이번 작업이 다른 일거리의 첫 단추가 되도록 애쓸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꾸준히 행사 홍보물이 필요한 기업 고객이라면, 디자인 수요가 더 이어질 거라는 기대. 그게 바로 나를 주말 작업도 두말없이 받아들이도록 했다.

나조차도 신기했던 건 낮은 단가에, 주말 작업을 해야 했음에도 공유 오피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는 점이다. 토요일 오전 집을 나서면서 '이게 말로만 듣던 주말 없는 프리랜서의 삶인가' 싶으면서도, 머릿속은 이미 작업 구상으로 분주했다. 책상에 앉았을 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주말도 자진 반납하며 4건의 거래를 마무리한 이번 주. 물론 정산 페이지의 숫자를 보면 여전히 속이 쓰리다. 과연 이 속도로 예전 월급만큼 벌 수 있을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조금 더 버텨보고 싶다. 고객 대응하랴, 블로그에 콘텐츠 올리랴, 디자인하랴, 운영 전략 생각하랴 정신이 없긴 해도 잡념에 빠져 유튜브로 시간을 죽이던 영업직 대리 시절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드니까.



장기전을 각오하며 다음 주에도 무사히 이곳에 생존 신고를 해보자.






Done List : 이번 주 생존의 흔적들


[디자인] 이번 주 작업 목록

ㆍ현수막 2종 시안 벡터화 : 텍스트 및 색상 다듬어 인쇄 형태로 변환.

ㆍ배너 1종 리디자인 : 고객 시안에서 아이콘/배경 이미지 재구성하고 하단 로고 수집해 반영.

ㆍ카페 쿠폰 1종 리디자인 : 기존 시안에서 문구 바꾸고 디테일 다시 잡음.


[판매 준비] 기본 세팅 및 샘플 확보

ㆍ표준 견적서 양식 작성 완료

ㆍ에이프린트에서 종이 샘플북 & 리플릿 샘플 신청(스노우지 VS 랑데뷰지)


[채널 운영] 블로그 기록

ㆍ카페쿠폰 디자인 후기 티스토리 블로그 업로드


[외주 작업] 전 회사 블로그 운영

ㆍ블로그 포스팅 7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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